연대·고대 사태가 보여준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
이틀 전에는 연세대, 어제는 고려대였습니다.
AI와 오픈채팅방을 이용한 대규모 부정행위가 연달아 터졌습니다.
시험 중 휴대폰으로 문제를 입력하고,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정답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상위권 대학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 미래 전문가들이 될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 사건을 단순히 “요즘 대학생들 왜 이럽니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커닝이 아니라,
기술은 너무 빨리 진보했는데 우리 윤리는 너무 느리게 따라온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성과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사회
지금의 대학생들은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이런 메시지를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성적이 곧 존재의 이유입니다.”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은 배웁니다.
정직은 점수가 되지 않고,
윤리는 보상되지 않으며,
결과만 맞으면 된다는 사실을요.
한국 교육이 오래도록 ‘정답 맞히기’와 ‘서열 경쟁’을 중심으로 굴러온 결과,
도덕적 판단은 사라지고 효율적으로 점수를 따는 기술만 남았습니다.
이번 사태는 그 구조가 만든 필연적 결과입니다.
기술은 이미 교실을 바꿨지만, 윤리는 멈춰 있습니다
대학생의 91.7%는 이미 AI를 학습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 대학의 71%는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조차 없습니다.
기술은 칠판보다 더 빠르게 교실을 바꿨는데,
우리는 아직도 “AI를 쓰지 마십시오”라는 20년 전 방식의 공지만 붙여두고 있습니다.
AI는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AI를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금지해야 하는지,
그 기준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술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자제력인데,
우리는 그 자제력을 교육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AI는 학습 도구가 아니라,
지름길과 편법의 장치로 변질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태도에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부모와 사회의 그림자도 이 사건에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번 사태는 대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학생들은 바로 우리가 키운 아이들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실패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실수를 기다려주지 않았습니다.
과정보다 성과를 칭찬했습니다.
정답을 빨리 찾는 아이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이렇게 배웠습니다.
“내가 고민한 시간보다 얻은 점수가 더 중요하다.”
“정직은 위험하고 편법은 빠르다.”
“결과는 평가되지만 과정은 기억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이 대학에서 AI를 만났을 때,
그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 떠올리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습니다.
대학이 당장 바꿔야 할 네 가지 대안
첫째, 평가 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정답형·암기형·속도형 평가에서 벗어나
사유형·근거형·과정형 평가로 전환해야 합니다.
AI가 답을 만들 수 있다면, 대학은
“왜 그 답을 선택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둘째, AI 활용의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금지가 아니라,
어디까지가 학습이고 어디부터가 부정인지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셋째, AI 윤리와 디지털 시민성은 필수 교양이 되어야 합니다.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식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인간을 길러야 합니다.
넷째, 비대면 평가 구조는 전면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카메라 각도 조정, 출입 로그 확인, 오픈북 전환 등
‘감독 강화’가 아니라
부정이 필요 없는 평가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AI 시대에 교육이 지켜야 할 가치
AI는 지식을 대신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대신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기 조절력,
도덕적 판단력,
책임감,
정직성,
관계 속에서 배우는 성찰.
기술 문명일수록 인간은 더 “인간다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에는
인간은 질문을 만드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교육이 길러야 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선택의 무게를 견디는 힘입니다.
지금 자라야 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성찰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점수만 가르쳤지,
책임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까?
우리는 AI를 두려워하며 금지만 했지,
AI를 어떻게 책임 있게 사용할지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까?
아이들이 잃어버린 것이 양심이 아니라
양심을 배울 기회였다면,
그 기회를 다시 마련해 주는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이 해야 할 첫 번째 일입니다.
기술은 우리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그렇다면 성찰은 기술보다 더 빨라야 합니다.
기술은 우리를 돕지만,
성찰은 우리를 지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AI의 속도가 아니라
인간의 깊이입니다.
103동 언니, 김성곤 교수의 부모가 먼저 자라는 수업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