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아이가 허락되지 않는 나라
한국 부모들은 어느 순간
‘평균’이라는 이름의 좁은 감옥 앞에 서 있습니다.
아이가 조금만 뒤처져도 불안하고,
조금만 잘해도 또 다른 불안이 뒤따릅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말했습니다.
“불안한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정답을 원한다.”
한국 사회는 그 정답을 '평균'이라는 숫자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문제는 이 정답이
우리가 만든 문장이 아니라
시대가 강요한 문장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장은
조용히 부모를 묶고,
아이를 평균의 감옥으로 데려갑니다.
상담실에서 들은 고3 아이의 한 문장
얼마 전 상담실에서
수능을 막 끝낸 고3 학생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교수님…
좋은 대학 가고,
대기업 들어가야 성공한 거래요.
다들 그렇게 말해요.”
그 문장은
그 아이가 만든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부모의 불안,
학교의 압박,
사회가 만들어준 기준이
겹겹이 쌓여 아이 마음에 복사된 문장이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내면화된 기준(internalized standard)’이라고 부릅니다.
부모의 두려움이
아이의 선택을 좁히고,
아이의 가능성보다
평균에서 벗어나는 위험이 더 크게 보이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평균의 감옥 문이 닫힙니다.
평균의 감옥에 가장 먼저 갇힌 사람은 ‘부모’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희생자는
아이보다 부모입니다.
부모는 이미
평균을 기준으로 자라난 세대입니다.
평균 아래로 떨어졌을 때의 공포,
뒤처졌을 때의 상처,
비교 속에서 자란 마음의 흉터가
아직도 몸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에게 평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 아래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막기 위해 애쓰는 것입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이 장면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아이가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
과거의 상처가 아이에게 반복될까 걱정되는 마음,
부모의 내면에 남은 불안이
아이 앞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들.
부모는 잘못한 것이 아닙니다.
부모는 평균의 시대를 통과한 생존자일 뿐입니다.
육각형 인간이라는 완벽한 괴물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가장 잔인한 신화가 있습니다.
바로 ‘육각형 인간’입니다.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감정도 잘 다루고,
관계도 좋고,
말도 잘하고,
창의력까지 뛰어난 아이.
이건 아이의 모습이 아닙니다.
부모의 두려움이 만든 괴물입니다.
현실의 아이들은 원래
울퉁불퉁합니다.
속도의 차이가 있고,
감정의 결이 다르고,
집중보다 호기심이 먼저 올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은
이 울퉁불퉁함을 문제로 규정합니다.
“왜 이 모서리가 튀어나왔니?”
“여기를 좀 깎자.”
“모서리가 있으면 위험해.”
그러다 보면 아이는
살아남기 위해 모서리를 깎아냅니다.
하지만 모서리를 잃는 순간,
아이는 자신만의 힘도 함께 잃습니다.
강점은 ‘튀어나온 모서리’에서 시작된다
부모는 너무 열심히 평균을 맞추느라
아이가 지나치게 잘하는 것을 놓칩니다.
평균의 눈으로 보면
강점은 ‘비정상’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점은 언제나
삐뚤어 보이는 모서리에서 피어납니다.
아이의 이상한 집중,
유난히 깊은 감정,
남들과 다른 속도,
홀로 몰입하는 세계.
부모가 그것을 ‘문제’가 아니라
‘모서리의 증거’로 보기 시작하면
아이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되찾습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부모가 아이의 모서리를 발견하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요…?”
아이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평균이 그 아이를 가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신은 이미 잘하고 있었다
부모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단 한 번도 아이에게
평균을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불안했을 뿐입니다.
평균 아래로 떨어졌을 때의 공포,
사회가 준 낙인,
뒤처진 경험의 부끄러움,
그 모든 감정이
당신을 오늘 여기까지 끌고 온 것입니다.
그 불안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당신이 살아낸 시대의 흔적일 뿐입니다.
이제 당신이 평균을 놓아주는 순간,
아이도 자유롭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보다 먼저 자유로워질 때
아이는 자기 길을 선택할 용기를 가집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
너는 원래 그 자리에서 괜찮은 아이야.
너의 느린 속도,
너의 유난한 감정,
너의 기울어진 흥미,
너의 튀어나온 모서리.
그 모든 것이
너만의 길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다.
평균 안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너의 모서리가 움직이는 방향이
곧 하나의 길이 된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만들 것인가
“정답을 좇는 시대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불안한 사람은 더 많은 정답을 원한다.”
그러나 평균은
사람을 안전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오히려 사람을 작게 만듭니다.
우리는 아이를 평균 안에 넣기 위해 애썼지만
삶은 언제나 평균이 아닌
모서리에서 움직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평균의 시대를 지나
모서리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아이의 모서리가 가리키는 방향이
그 아이의 길이 되도록.
그리고 부모인 우리는
그 길의 초입을 비춰주는
단 한 사람의 어른이면 충분합니다.
“평균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모서리를 지켜야 할 때입니다.”
103동 언니, 김성곤 교수의 부모가 먼저 자라는 수업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