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나를 모른다
우리가 부모가 되기 전에는
‘나’라는 사람이 분명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품고, 키우고, 매일 돌보는 삶을 살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어떤 밤에는 이렇게 혼잣말하게 됩니다.
“세상에, 꿈은 많은데
내가 찾는 꿈만 왜 이렇게 없을까.”
부모가 되면
이런 마음이 더 자주 떠오릅니다.
아이에게는 꿈을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내 마음속의 꿈들은
어떤 날은 흐릿하게 멀어지고,
어떤 날은 조용히 다시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꿈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들어 있는 것’ 일지도 모릅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 모래가 제 자리를 찾듯,
내 꿈도 다시 나를 찾아오려고
조용히 모래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꿈 앞에는 늘 현실의 이름들이 먼저 도착합니다.
아내,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기대라는 이름들이
꿈 앞에 먼저 다가옵니다.
아이의 일정, 가족의 계획, 집안의 문제들 사이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리고,
하루가 끝나면
‘오늘은 나에게 어떤 시간을 건넸나’라는 질문이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내고 싶은 꿈’과 ‘하고 싶은 꿈’을
헷갈리며 살아온 건지도 모릅니다.
사회가 좋아하는 꿈,
사람들이 칭찬하는 방향,
부모라면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목표들.
그 속에서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은
늘 마지막 줄에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유목민의 말처럼
사막에도 길이 있고,
길은 걸어가는 방향에 따라 새로 생깁니다.
내가 흔들려도,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아이에게도 전달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정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다시 걸음을 내딛는지를 배우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엔 사막이 너무 뜨겁고,
어떤 날엔 끝이 보이지 않지만
사막 건너편에서
내가 찾아야 할 꿈은
여전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잠든 밤,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면
모래 위에 쓰인 작은 흔적처럼
내 꿈의 잔향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오늘도 지친 하루 끝에서
아이의 작은 손을 잡을 때,
그 아이는 말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엄마가 정답을 아는 모습보다
흔들리면서도 걸어가는 모습을 더 배우고 있어요.”
부모가 사막을 건너는 시간은
아이에게는
길이란 무엇인지 배우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사막을 건너는 동안
부모도, 아이도
각자의 작은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의 실천 세 줄
오늘의 마음을 한 문장으로 기록해 보세요.
아이에게 말 걸기 전, 먼저 나에게 한마디 건네보세요.
오늘의 흔들림이 내일의 걸음을 바꾸게 허락해 보세요.
103동 언니, 김성곤 교수의
부모가 먼저 자라는 수업
Parenting Insights by Prof. Seong-Go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