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 혼란을 선택했다.
2013년 2월의 어느 날,
생각보다 쌀쌀한 공기를 느끼며 인도 벵갈루루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인도는 나의 상상을 초월한 곳이었다.
입국 심사대에 앉아 있던 공무원 아저씨는
눈이 심하게 충혈돼 있었다.
무언가를 계속 묻는데,
분명 영어였다.
그런데 내가 알던 영어가 아니었다.
알아듣지 못한 채 멀뚱히 서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심장이 조금씩 조여 왔다.
저녁 시간이었고 배는 고팠다.
공항 안을 기웃거리며 먹을 만한 음식을 찾았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음식 위에는 어김없이 주황색 가루가 뿌려져 있었다.
향신료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본능이 말렸다.
이건 먹으면 사고다.
결국 짐을 챙겨 공항 밖으로 나왔다.
인도에 오기 전,
우연히 알게 된 한국 교민 한 분이 마중을 나오시기로 했다.
선의라는 걸 알면서도,
머릿속 한편에서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스쳤다.
혹시…
어디 팔려가는 건 아니겠지.
그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조금 한심스러웠다.
공항 밖 풍경은 더 강렬했다.
질서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 아니었다.
길거리는 말 그대로 난장판처럼 느껴졌다.
괜히 사람들 눈을 피하게 됐고,
길거리 개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고 신경전을 펼쳤다.
그때 확실히 알았다.
아,
나 잘못 왔다.
다행히도 마중 나온 나이 지긋한 교민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했다.
예의라기보다는
생존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몸을 먼저 움직이게 했다.
차는 옛날 코란도와 비슷한 오래된 SUV였다.
목적지까지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고 했다.
나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진심이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극도로 긴장해 있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밖으로 인도의 밤이 지나갔다.
그동안 애써 눌러두었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여전히
‘잘못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감정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싫었다.
솔직히 말하면 두려웠다.
그런데…
좋았다.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나라가 싫으면서도,
묘하게 마음에 끌렸다.
어쩌면 이곳에서는,
이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는
내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두가 정신없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나 역시 그 안에 섞여
잠시 나 자신을 잊어도 될 것 같았다.
도망처럼 보였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선택이라고 믿고 싶었다.
결국, 나는
인도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 혼란속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