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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ZE Apr 29. 2022

'래그츄'라는 햄 용어에 대해

HAM Slang : rag-chew

아마추어무선 동호인들이 모이는 국내 대표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입니다.


아마추어무선은 유일 자원이며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이용합니다. 통신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떤 주파수를 누군가 사용하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은 못 쓰는데요. 이처럼 한정된 자원이다 보니, 교신은 최대한 간단하게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난 상황 같은 긴급 상황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므로 "교신은 짧고 간단하게"라는 규칙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죠.


실제로 일본이나 미국처럼 아마추어무선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빈 주파수를 찾아 교신을 하는 것이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국내 아마추어무선 주파수 대역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과거로 돌아가, 20세기 말의 국내 아마추어무선은 분명 대단한 활황이었습니다. 국제아마추어무선연맹(IRRL)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당시 우리나라 아마추어무선 인구(연맹 유료회원 기준으로 추정)는 13만 명을 넘기며 세계 3~4위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계속 줄었고 지금은 3만 명 대이면서 순위는 8위로 밀려난 상황입니다. 사실 주파수도 많이 비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분들은 아직도 원칙을 내세우시고요. 그래서 적어봤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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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무선의 세계를 배워가다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1850년대부터 이어오고 쌓여온 용어와 부호 표현을 익히는 재미인데요. 그래서 앞서 '아이볼'에 대한 글과 호출부호 로마자 발음에 대한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볼'이라는 햄 용어에 대해 - https://brunch.co.kr/@shingiru/4

호출부호 로마자 발음에 대한 단상 글에 이어 - https://brunch.co.kr/@shingiru/5


이번에는, 교신을 하면서 나누게 되는 잡담을 표현하는 용어인 '래그츄'에 대해 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래그츄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위키피디어에 다음과 같이 나옵니다.

Amateurs use the slang expression ragchew or ragchewing to refer to an extended, informal conversation, a variation of the common idioms "chewing the fat" and "chewing the rag".[1] Sometimes, a contact in person, between two ham radio operators, is humorously referred to as an "eyeball QSO". https://en.wikipedia.org/wiki/Contact_(amateur_radio)

요약하자면, 교신자간 비격식적으로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유래에 대해 살펴보면, 위키피디어 'chewing the fat' 항목에서   자세한 설명을 찾을  있습니다. 뱃사람들이 소금물에 건조되고 딱딱해진 비계 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에서 해당 표현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그때는 껌이 없었으니 그런 것을 씹으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겠죠. 우리가 어렸을  칡을 씹거나 운이 좋으면  말린 감초를 씹었던 것처럼요.


rag는 넝마나 천조각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포장 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중요한 문서를 보관하거나 물건을 감쌀 때, 기름을 먹인 종이를 쓰거나 기름을 먹인 천조각을 썼고, 이렇게 쓰고 남은 질긴 천조각은 따로 쓸 곳이 없으니, 뱃사람들이 그러했듯 노동자들이 입에 넣고 씹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로부터 이 표현들이 굳어져서 이제는, 친밀한 대화를 나누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경우에 널리 쓰이는 것 같은데요. 햄 은어들 중에 'rag-chewing'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 자체가, 교신을 하면서 본래 너무 딱딱한 대화만 하지 말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재미난 농담도 주고받으니까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 위 영어 발췌문에 나온 것처럼 'eyeball'이라는 용어도 'humorously'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한 것처럼요.


헌데 우리는, 이런 비격식적이고 친밀한 농담 같은 대화를 나누는 교신에 대해 너무 인색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교신은 짧게 본론만 이야기하는 것이 원칙이래도 말이죠.


우리도 '래그츄'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이상 국어학도였다가 엔지니어로 살고 있는 새내기 회원의 단상이었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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