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다는 건 이성을 마비시키는 일이다. 이미 그 사람이 좋아졌다는 건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친구들이 주변에서 객관적인 말은 건네도, 사랑에 빠진 당사자는 상대방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 보인다. 아는 지인에게 "예비 신랑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라고 물어보았다가 "잘생겨서!"라는 말을 듣고 친구들이 다 같이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랑은 그런 거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되지도 않는!
그나마 연인 간에 혹은 부부간의 콩깍지는 유통기한이 있는 것 같긴 하다. 나도 20대 때 우리 남편이 잘생겼다고 생각하고 눈에 하트가 뿅뿅했는데, 지금은 같이 전장에서 고생한 전우애가 가득한 눈빛만 남아 있다. 도파민의 작용 기간이 보통 1년에서 최대 3년이라는데, 그러고 보면 난 교제하고 3년째 되던 날 결혼했는데, 그 유효 기간 안에 도파민에게 낚인 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이놈의 콩깍지를 평생 벗을 수 없는 대상이 생기는데 바로 자녀이다. 태어난 이후로 이것 해줘라, 저것 해줘라 지속적인 요구만 해 대는 아가들이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홀딱 빠져버린다. 그리고 매일 생각한다. 우리 아가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잘생겼다고. 그렇기 때문에 매일 지인들에게 부모님에게 애기 사진을 전송하게 된다. 나만 보기 아까울 정도로 예뻐서!
문제는 그런 객관적 관점이 사라져 버린 상태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는 거다. 10년 정도 지나면 현실 파악이 되어야 하는데 솔직히 아직도 나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나는 모든 것에 그렇게 논리적이고 분석적, 계획적인 INTJ인데도 말이다. 물론 우리 아이가 대한민국 잘생김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잘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랑스러운 녀석을 감춰두고 싶지 않은 내 마음은 나를 이런 진상 엄마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작정 우리 애가 예쁘다고 주장만 하고 앉아 있는 진상은 아니다. 아이가 1살이 될 무렵부터 아이돌로 키우고 싶다고 이미 생각한 나는 수많은 계획적인 일과 의도적인 도전을 했다. 그리고 이제 그 바통을 아이에게 넘겨야 되는 반환점에 서서 이 글을 쓴다.
이 책에는 자녀를 아이돌로 키우고 싶은 부모로서 했던 많은 삽질들과 고민, 노력들을 낱낱이 적어보려 한다. 감춰 두고 싶지 않은 이 녀석을 무대에 올리고 픈 내가 진상 엄마였다는 엔딩을 맞이할지, 서포트를 해준 엄마로 판명될지는 미래에 결정되겠지만, 나는 언젠가 이 녀석이 스토리가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라 믿고 이 글을 시작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