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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 Nov 17. 2019

비용 1천만원, 수익0원

집에서 가까운 목공방으로

플랫폼 웹서비스, 즉 중개형태의 웹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을 세웠다. 해외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았지만, 국내에는 아직 없는 카피캣. 창업이란 결심에 이르게 한 첫번째 아이템은 차량공유였다. 당시엔 relayride라는 개인간 차량공유, 시간단위 차량대여Zipcar, 카풀중개서비스인 Zimride 등 몇개의 스타트업이 유명했는데, 내 경우 relayride모델을 그대로 따르고자 했다. 진정한 의미의 차량공유로 읽혔기 때문이다. 웹사이트기획을 어느 정도 마쳤을 때, 여객운수사업법의 디테일에 대해 알게됐다. 결국 차량공유는 규제에 의해 완전히 막혀있었다. 그 즈음 Zipcar모델을 따른 쏘카, 그린카 등이 줄줄이 출범했다. 저게 무슨 차량 공유야라며 읆조렸다.


당시 내 생각과는 달리 국내 차량공유업체들의 성장세는 꾸준했다. relayride의 경우 현재는 Turo로 이어진다.


결국 플랫폼이란 생각으로 '그래서 뭘'이란 고민으로 시간을 보내다보니 미용실예약웹사이트인 mystyler로 이어졌다. 나는 가격이 저렴한 미용실을 주로 다녔는데, 항상 밖에서는 가격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마이스타일러에서는 예약중개 외에 가격비교를 핵심기능으로 삼기로 했다.(당시는 미용실 외부 가격표시가 의무가 아니었다). 다나와나 포털의 제품가격비교는 익숙하지만 '서비스'가격비교는 생소하지 않은가?미용실을 넘어 그런 확장성도 염두해두었다.  사이트제작을 300만원을 주고 업체에 맡겼다. 계약시점과는 달리 제작기한도 길어졌고 비용도 추가로 100여 만원을 냈다. 서버비용, 특허비용, 법인등기관련비용등 돈 나갈 곳이 줄을 이었다. 플랫폼은 DB확보가 처음이자 끝이기에 서울 주요상권과 6대 광역시를 다니면서 미용실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났다. 사이트오류를 바로잡는데 또 한참이 걸렸고, 웹사이트 정식오픈은 당초 계획보다 반년 가까이 미뤄졌다. 그리고 1년 정도를 운영했지만, 가입한 미용실은 100개가 채 되지 않았고 유저들의 가입도 지지부진했다. 그렇게 울산에서 가져온 돈 천만원은 사라졌다. 스쿠버다이빙 강사는 근처도 못 간채.

다시 일을 해야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을 때의 기억, 회사생활이 답답했을 때의 기억, (한국에서)회사를 그만둘 때의 기억이 번갈아가면서 머리를 스치자 목공을 해야겠단 결론에 이르렀다. 항상 손에 만져지는 결과물이 나오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구인 중인 목공방을 찾다 보니 집 근처에 한 곳이 있었다. 다음날부터 바로 일하기 시작했다. 종류를 따로 가리지 않고 원목가구를 주문제작하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사장님에게 그만두겠다고 했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계획한 시기였다. 내 공방을 시작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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