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인도와 새로운 한국
스물 여섯 해를 인도에서 살았다.
햇살은 10개월간 맹렬했고 모든 것이 뜨거웠다.
이곳 저곳에서 피어나는 맛살라의 향기와 차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익숙한 풍경
나무와 꽃들도 헉헉대고 사람들은 그늘에 숨었다.
나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인도에서 보내고
이제는 머리에 흰소국이 피어난 60대!
햇볕에 구워진 구리빛의 얼굴엔 자잘한 훈장들이 미소짓는다.
나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제 2의 고향! 인도!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인사하면 미소로 화답하고 뭔가 가르쳐주면 고마워하는 사람들... 인도 사람들!
지나다가 집을 방문해도 환영받으면서 웃고 즐기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었는데...
그들과의 이야기 보따리는 몇시간이고 닫힐줄 몰랐다, 그리운 사람들!
그렇게 익숙한 땅을 등지고
이제 한국이라는 새로운 페이지로 들어왔다.
26년만에 처음으로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았으며
여기저기 아름답게 조성된 공원과 산길들
거리마다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솟아있는 마천루 빌딩들.
깨끗한 도시의 이곳 저곳은 찌린내가 진동하는 델리의 빌딩과 비교가 된다.
서울의 하늘은 훨씬 더 푸르고 시원하고 맑다.
그런데도 운동하는 사람들은 마스크에 손장갑에 철통같이 무장하고 다니기 일쑤다. 눈도 채 안보인다...
대화라도 할라치면 이어폰을 떼고 어색한 얼굴을 마주한다.
표정없는 사람들. 마스크로 무장한 사람들..
기대가 없다면 거짓일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일,
서울에서의 또 다른 나를 만날 가능성에 대한 설렘.
나는 가끔 묻는다.
“여기서도 나답게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살아보자.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이제 나는 두 나라 사이에 선 사람이다.
남들이 다 어렵다는 인도에서
나름 인정받고 도움주며 즐기는 삶을 살았으니
이제는 한국에서 도움을 주면서 열심히 살고 싶다.
언젠가 이 삶도 익숙해지면
나는 말할 것이다.
두 고향이 있다고.
하나는 그리움으로 내 가슴속에
다른 하나는 현실로 아름다움을 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