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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 Sep 19. 2024

마켓 리뉴얼에 대하여

Market Re_new_al

90년대생들과 함께 택배로 배달되어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택배를 거쳐 온 도시락이라 상태가 괜찮을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채소는 싱싱했고 맛도 깔끔했다. 


90년대생들은 애초부터 걱정이 없었다. 어련히 잘 포장해 보냈을 것이고, 맛이며 신선도며 왜 미리 걱정하느냐며 ‘걱정하는 마음을 걱정’해 주었다. 역시 신인류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도시락을 먹으며 편의점 도시락과 요즘 뜨는 삼각김밥에 대한 정보들을 교환했다. 신인류에 뒤지지 않기 위해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 시리즈와 편의점 3사의 커피맛 비교를 해주었더니 무척 좋아라 했다.

  

이 신인류들은 태어날 때부터 편의점과 이웃해 살았다. 구멍가게(도대체 누가 지었을까, 이 놀라운 이름을)와 슈퍼마켓,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변화를 고스란히 겪으며 살아온 구세대(머잖아 구인류로 불릴 세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고로, 생각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가치도 다르다. 부럽고 기특한 점이, 아쉽고 걱정스런 점보다 훨씬, 훠얼씬 많은 것 같다.

     

# 우리나라 최초의 편의점은 1988년 서울 올림픽공원에 생긴 세븐일레븐이다. 88 서울올림픽을 대비해 외국인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점포였다. 이후 한 세대가 지난 2024년 현재 편의점은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통계 수치로 5만3000개를 넘어섰다는데, 개인적으로 편의점이 기여한 가장 큰 공로는 휴가철 '바가지 요금'을 없앤 것을 꼽겠다.

      

# 우리나라 최초의 백화점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서울 명동에 세워진 히라타백화점이고, 이어 미나카이, 미쓰코시, 조지야 등의 백화점들이 생겼는데 모두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을 위한 백화점이었다. 한국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은 1932년 종로의 화신백화점이었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백화점은 부자들을 위한 곳, 명품 브랜드와 한정품 소비처로 인식됐었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할인점(후일 대형마트로 불린다)은 이마트 창동점이었다. 신세계그룹에서 1993년 11월 창동역 2번 출구 쪽에 세운 첫 점포는 오픈 첫날 매출이 1억원을 넘기며 장보기 문화의 전환을 알렸다. 그로부터 10년 뒤 할인점들은 백화점 전체 매출을 앞서며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어 갔다. 동시에 '그냥 시장'이었던 곳의 이름을 '재래시장'으로 불러야 할지 '전통시장'으로 불러야 할지 헷갈리게 만들었다(지금도 계속되는 헷갈림 속에서 정치인들의 선전장으로 자주 활용된다). 

        

백화점-할인점-편의점은 서기 2000년 전후 20여년간 식품유통의 주류로 활약했다. 업태별 차이도 뚜렷하고 상품의 구성과 가격대, 고객층도 명확하게 구분됐다. 하지만 2010년대에 이르러 모든 것이 바뀐다. 온라인 유통망의 확장과 소비층(고객)의 이합집산이 일어나며 업태 구분이 모호한 복잡계로 변하고 있다. 영원할 것 같던 파워가 순식간에 흐드러져 생존의 위협마저 겪는 모양새다. 요즘 이 업태들이 모두 리뉴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리뉴얼(Re-new-al)은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하는데, 리셋(Re-set)과 달리 기존의 토대를 인정하는 재탄생에 주력한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변신이랄까.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New에 환호하면서 Re에는 무심하다는 데 있다.    


영어 Re의 어원은 ‘다시(again)’라는 뜻과 ‘뒤로(back)’의 의미를 겸하고 있다. 다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를 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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