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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로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가르쳐 주세요(비룡소)>

by 김윤담

발달상 그런 시기인 걸까. 딸이 자신의 생식기에도 부쩍 관심을 갖고,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에 대해 묻는다. 오늘은 목욕을 하고 나와서 물었다.

- 엄마와 아빠가 뽀뽀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생길 수 없었어?

- 뽀뽀로는 아기가 생기지 않아. 너도 알잖아. 책에서 보지 않았어?


아이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라고 답해줘야 할까. 잠깐 망설였지만 미국엄마(?) 스타일로 정공법을 택했다.


- 요기로 정자가 들어가야지. (어린이 성교육 전문가들은 생식기를 애칭으로 부르지 말라고 조언하지만.. 어쩐지 민망하여 눈짓으로 가리켰다.)

- 아 그게 섹스야? (아이는 어린이 성교육 책을 통해서 이미 이 단어를 알고 있다.)

- 그렇지.

- 엄마랑 아빠도 해봤어?

- 그럼 대부분의 아기들은 그런 방식으로 생겨.

- 그럼 어린이들도 섹스를 하면 아기가 생겨?

- 2차 성징이라는 게 있는데 그 시기 전까지는 안 생겨.

- 나는 그럼 섹스 안 할래, 남편이랑 뽀뽀만 할래.

- 왜?

- 똥기저귀 갈아줘야 되잖아.


의미심장한 대화는 다소 시시하게 끝을 맺었지만 짐짓 속으로는 놀랐다. 딸과 이런 대화가 되는 시기가 오다니! 이건 아이가 말문을 텄을 때와는 또 다른 결의 감정이었다.


오늘 이러한 날 것(?) 같은 대화의 바탕에는 <가르쳐 주세요!(비룡소)>라는 책이 있었다. 작년 들렀던 독립서점의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셔서 구입한 책인데, 아이가 이제야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는 듯하다.

처음 목차를 펼쳐봤을 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성욕은 왜 생겨요?', '사람들은 왜 섹스를 했다고 털어놓지 않아요?', '섹스는 어떤 느낌이에요?',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등등...


이 발칙한 책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전문의 일부를 옮긴다.



아이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부모이므로 성교육의 효과를 가장 확실히 보장하는 방안은 부모가 적절히 개입하는 것입니다. 성에 대해 잘 알려주는 책을 건네는 것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소통하는 방법에 해당됩니다. 부모와 소통을 잘하는 아이에게서는 성 문제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 두셨으면 합니다.

부모가 이 책을 자녀에게 사 주었을 때 자녀는 부모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자녀는 아마 깜짝 놀라 흐뭇해하거나,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이런 책을 나에게 건네는 부모님이라면 무엇이든 나와 잘 통할 거라고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자녀가 비뚤어진 길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아집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가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아이가 무슨 일이든지 더욱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이 솔직한 책을 아이에게 보여 주기 위해 선택하는 것은 쓴 고민이겠지만, 그 결과로 얻게 될 부모와 자녀의 장래는 달콤할 것입니다.


윤가현(성 심리학자, 전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직 성에 대해 고정관념이 굳어있지 않은 아이이기에 성관계를 표현하는 말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데 소름이 오소소 돋으면서도 싫지만은 않았다. 꼬맹이가 쿨하고 멋져 보였달까.


딸이 성관계에 대해 제대로 알고 그 무게 또한 명확하게 인지한 채로 세상에 나갔으면 좋겠다. 섹스란 신비한 것이고, 그 행위의 결과로 네가 이 세상에 도착했다고..

너무 몰라서 궁금해하거나 또 마냥 징그러운 어떤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경계는 여전히 어렵지만, 오늘의 대화로 첫 물꼬는 이미 튼 것 같다.

나, 잘한 걸까.


어쨌든 나와 대화를 마친 아이는 소파 위에 누워 한 동안 '가르쳐 주세요'를 열심히 들여다봤다.


2025.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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