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내가 서 있는 곳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집이 있고, 할머니가 있고, 아이가 있는 곳.
나는 얼마큼 물이 들고,
어떤 물이 들었을까.
속물은 얼마만큼 물들어야 속물일까.
길가의 가로수가 물들어간다.
느티나무, 계수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잎사귀가 물들어간다.
나무의 둥치마저 물들었는가?
그건 아니다.
나는 어떻게 물들고 있을까.
단풍나무처럼 나도 물들어야지.
그래도 그래도,
둥치까지는 물들지 말자.
뿌리까지는 물들지 말자.
그리고 이윽고 그럴 때가 오면
예쁘게 물든 잎사귀도 떨어뜨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