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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회사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세일즈를 한다는 것

북적북적함 속의 외로움

by 커리킴

이직한 지 어느새 8개월이 지났다.

미국 테크회사의 싱가포르 및 APAC 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전 회사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한국인들이 많았다면 여기는 정반대의 환경이다.

미국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에 직원이 5,000명이 넘지만 한국직원은 내가 유일하고,

같이 일하는 오피스에도 영국인, 인도인, 프랑스인, 싱가포르인들만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마켓을 담당해 세일즈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자동으로 보내지는 이메일도 모두 영어에서 한국어로 바꿔서 템플릿을 저장하는 등 업무 최적화도 바닥부터 해야 했고,

초반에 콜드콜을 스크리닝 받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는 매니저가 당연히 한국어를 못하기에 성장도 더뎠고,

기존에 다른 동료가 한국 마켓에 접근하고 얻은 마켓 인사이트도 저장된 것이 없어, 콜드콜 및 콜드메일로 직접 부딪혀가며 들은 내용으로 쌓아가야 했다.

회사 입장에서 기존에 매출이 잘 나오는 시장을 놔두고 신규 마켓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것도 비효율이라 생각했는지 투자도 적었다.

그래서 인바운드도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핑계 2,000개는 더 쓸 수 있지만 여기까지)


이런 상황 속에서 마음은 막막하기만 했고, 세일즈 액티비티만 하기에도 버거운 초반에 ’ 쉽게 일하기 위한 ‘ 부가적인 업무들이 너무 많았다.

KPI 달성은 엄두도 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다른 영어권 마켓을 담당하는 동료들에 비해 성과는 저조했고 자신감도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뉴비인 나의 전문성과 여유로움이 아직 부족해서 저조한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모든 이유라고 하기엔 문제가 여기저기 너무 많았다.


힘든 점 없냐고 묻는 매니저에게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라고 속 시원하게 외치고 싶었지만,

너무 불평만 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좀 걸러내서 얘기했다.

또는 솔루션을 받아도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이고 실무에 적용할 수도 없었다. 답답한 마음은 그대로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나는 어떻게 8개월 후인 지금까지 퇴사하지 않고 살아남았을까?

길진 않지만 알찼던 여정을 차차 정리해보려고 한다.

제 글을 읽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글은 항상 희망을 주며 끝난다.

제가 미국주식같이 우상향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근데 그건 우리 모두가 그렇다, ‘인생 차트’를 1일, 1주일 단위 말고 3년, 5년으로 고쳐서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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