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로컬 동료들과 일하다 보면 재밌다.
이 좁은 땅에서 같이 태어났는데 출신이나 문화권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냥 중국계 싱가포르인, 말레이계 싱가포르인, 인도계 싱가포르인만 있는 줄 알았지,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출신들이 또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계가 그렇다.
그들은 그냥 중국계로 구분하지 않고 정확한 출신으로 구분 짓는다.
하카(Hakka), 호키엔(Hokien), 광동(Canto), 하이난(Hainan) 등 꽤 많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도 알아챈다.
(동료들 대화 예: "저번에 줌으로 미팅했던 그분 기가 되게 쎄보이던데 혹시 광동(Canto) 사람 아님?"
"오 맞음. 성이 Lam 이더라")
물론 일반화의 요류가 많이 묻어있는 대화지만 다양한 출신 사람들의 특징을 잘 꿰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여기에다가 싱가포르 내에서도 중국계-말레이계, 중국계-인도계, 말레이계-인도계 의 혼혈 출신도 있다 보니 팔레트의 색이 더더욱 다양해진다.
그냥 단순히 다양하니 재밌다고 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나,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유리한 점이 참 많다.
인구대국인 중국과 인도 문화에도 익숙하고 영어를 공용어를 쓰는 이 사람들은 세계의 많은 문화를 어릴 때부터 접하고 자랐다.
바나나잎 위에 서빙되는 남인도풍 정식인 밀즈(Meals)나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남인도 음식인 마살라 도사(Masala Dosa)를 야식으로 먹는 모습도 종종 보고,
나이 든 싱가포르 할아버지가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노래가 거리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는 모습도 봤다.
(개인적으로 이 모습이 참 부럽다)
그러다 보니 외국 클라이언트, 팀원들과도 비교적 빠르게 잘 어울리더라.
올해 초 글로벌 타운홀로 인도에 갔을 때 그 부분을 느꼈다.
Dosa 가 거기선 Thosai 니 어쩌고 저쩌고.. 듣는 나도 재밌더라.
동시에 정부는 이 다양성이 '판가르기'가 되는 것을 아주 두려워한다.
승승장구하는 싱가포르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만큼 신경쓴다.
오죽하면 Racial Harmony Day 가 있고,
매년 National Day Parade 때 Harmony 를 강조하는 노래를 작곡해 최면걸듯이 계속 틀어준다.
어릴 때부터 다양성에 익숙하며 자란 동료들과 일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새로운 시야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비싼 렌트에는 "시야 넓히는 비용" 도 포함이 되어있지 않을까 하고 정신승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