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 산 지 어느덧 2년, 동남아 기후에 점차 익숙해진다.
여기는 비가 거의 매일 혹은 이틀에 한 번씩은 오는데, 테니스같이 야외 스포츠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을 자주 접한다.
그래도 난 여기서 비가 내리면 희망을 보고 여유를 배웠다.
여기는 한국처럼 날 잡고 하루 종일 비가 내리지 않는다. (날은 되게 자주 잡는다)
그래서 지금 비가 오면 이따가는 그치겠지라는 희망을 준다. 나중에 테니스 칠 시간에 맞춰 내리는 것보다 지금 내리는 게 낫지.
근데 테니스 칠 시간 정각에 맞춰 비가 내릴 때도 꽤 있다.
그럴 땐 그냥 어쩔 수 없다,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뭐라고.
(지붕이 있는 테니스코트나 실내 테니스코트를 예약하는 반항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처음엔 기분이 안 좋은 것을 숨길 수 없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있고, 장비 및 신발도 챙겨왔고, 무엇보다 들뜬 마음으로 왔는데 칠 수 없다는 생각에 실망을 크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테니스를 쳤을 땐 모두가 좌절과 절망을 함께 했다. 당연하다 그건.
근데 여기는 사람들이 비교적 무덤덤하다. 이런 날씨에서 평생 살아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허허 웃고 Next time~ 하고 손을 흔들며 헤어진다.
처음엔 뭐지 했지만 다 같이 그러니 나도 화가 조금 더 누그러드는 것 같았다. 아 이렇게까지 화내야 할 일인가 하고.
그렇게 나는 마음의 여유를 좀 더 얻었다. 주위 환경 참 중요하다.
그리고 불편함을 더 덜기 위해 가는 교통 시간에 책이나 오디오북을 듣는다.
어차피 그 시간에 집에 있었더라면 뒹굴거렸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온전히 서있는 시간, 온전히 콘텐츠 소비만 할 수 있는 환경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테니스 코트 근처에 맛집을 찾아놓는 것이다.
그래서 취소되면 거기 가서 밥이라도 먹는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