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는 속담이 있다. 작은 일이었기에 나조차 수렁에 빠져들어가는 일인 줄 모르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 흠뻑 젖어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엠마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삶에 대한 불만이 만들어낸 그녀의 욕망 속 가랑비 때문에 축축하게 옷이 젖어 가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옷이 다 젖고 난 뒤에야 깨달았던 그녀는 흠뻑 젖어있는 자신을 구해내지 못했다.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지만 우리의 삶 역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삶의 한 단면의 어느 시점에서 뒤를 돌아봐 지금의 내가 처음의 나와 마주 했을 때 자신의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당당하게 피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