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일상에 지친 회사원, 개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도시의 회색빌딩에 영감을 얻을 수 없는 예술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진 여자, 쉬지 않고 소음을 토해내는 세상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남자.
이 모든 한국인을 단번에 미소 짓게 만드는 마법의 장소가 있다. 그곳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식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 한국인의 안식처. 애순이의 고향 제주도다.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지만 제주도는 완벽한 이상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야자수와 지중해를 떠올리게 하는 연옥빛 바다를 품은 이국적인 경치, 같은 한국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제주도민의 방언, 21세기의 편의시설과 고대의 원시림을 품고 있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 하와이보다 작지만 우리 곁에 더 가직이 있는 제주도.
<신혼여행지>
K팝 가수들이 전용기를 타고 월드투어를 다니며, 월급을 모으고 휴가를 쪼개야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아프리카로도 떠나는 오늘날의 한국인에게 해외여행 자유화가 허용된 것은 놀랍게도 1983년 1월 1일부터이다. 그것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의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계좌에 200 만원 이상이 예치된, 만 50세 이상의 성인에 한해 연 1회 해외여행이 가능하다.”
당연히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고, 많은 신혼부부들이 허니문으로 제주도를 찾았다. 한국에서 어느 곳 보다 봄이 먼저 찾아오는 곳이 제주도이다. 육지에는 여전히 겨울바람이 매섭지만 제주도에서는 꽃을 볼 수 있고, 동해와 서해와는 완전히 다른 옥빛 바다는 소멸되어 버린 사랑도 솟아나게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신혼여행지는 없었을 것이다.
“신랑, 신부님! 거기 유채꽃밭에 서시고 여기 카메라를 보세요! 하나 둘 셋 하면 김치 하세요.”
<올레길>
2000년대 들어 저가항공사의 성장으로 제주도를 찾는 한국인의 수는 급증했다. 제주도로 사람들을 불러 모은 일등 공신 중 하나는 제주도에만 있는 길이다. 바로 00길의 열풍을 일으킨 올레길.
제주방언인 올레는 집과 마을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을 뜻하는데, 올레길은 총길이가 437킬로에 이르며 27여 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길은 제주도에서 태어난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도중 만난 외국인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한국에는 어떤 길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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