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것은
오늘 하루 나의 이야기.
쓸데없어서 쓸데 있는.
시시콜콜해서 오히려 기억하고 싶은.
그런. 이야기.
#. 욕망
조금 전, 최근 보기 시작한 애니 몇 편을
보고선 자리에 앉았다.
<체인소맨>이라는 만화 원작의 애니인데
솔~직히 말하면 취향은 아니나
눈을 뗄 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홀리듯 보고 있다.
어떤 반에 들어가서
그 애니를 아느냐, 고 물으니
아이들이 열광한다.
(참고로 애니는 청불이다.)
허허. 현실과 이상의 괴리일 테지.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하는 법이니.
그래도 잔인하긴 무척 잔인해서
가급적 안 보았으면 하는 마음.
#. 이별
오랜만에 이 시간에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오늘 제이에게 마지막 글쓰기 과제를
던져주기도 했거니와
나 스스로도 오늘은
조금은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창밖에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은
어느덧 가을이 겨울에게 제 자리를 내어 주었음을 알리고,
오랜만에 들어간 수업에선
이제 이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두어 달도 남지
않았음을 마음 깊이 느끼게 해 준다.
하루도 허투루 보내기 싫은 마음과
일중독자의 그것이 합쳐져
심야 시간에 노트북을 켜게
만든 것임에 분명하다.
마지막 주제는 '이별'.
멋들어진 이별을 위해
각자의 이별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자며
던진 주제인데
사실 난 오늘 쓸 생각이 없다.(미안!)
하루를 좀 더 고민해다가 풀어볼 작정이다.
그 사이 제이가 과제를 제출하면
흥미롭게 읽어볼 마음의 준비는
완료.
#. 성장
토요일, 우연히 시작한 웹소설을 모두 다 읽었다.
중간에 눈물도 펑펑 흘려주고
거의 15,000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한 화, 한 화 모두 구매해서 보는데
문득 나도 이런 글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애절해서
슬프고 미칠 것 같은 사랑을 다룬
그런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뭐 그런 생각.
워낙 피폐해진다는 글도 많고
시대에 맞지 않는 이야기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는 글도 많았으나
각설하고 무척이나 재밌고,
감동적이다.
한 사람을 향한 뒤틀린 사랑이 보여줄 수 있는
욕망의 끝. 그리고 아픔. 그런 것들이
작가의 필체에 녹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참 멀었다.
나는.
#. 소식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
(아니 사실 두 개!)
아마도 12월에 무언가 확실해지면
이곳에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풀어놓겠다.
늦은 오후, 전화 한 통에
터질듯한 심장소리를
들게 되었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는
짐짓 담담한 척,
두근거림을 뒤로하고
그러마, 대답하는데
불현듯 마음이 뭉클, 했다.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뱉은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다.
바득바득 살아온 값을 받은 기분이다.
이 맛에 일하고
이 맛에 도전하지, 싶다.
#. 마음
11월 11일에 준비했을
소중한 마음을 받았다.
'주제 생각해 와!'
라고 던져준 과제를 왠지
안 했을 것 같아 타박하며
잔소리 퍼붓는 와중에
쓱 내미는 마음이 고맙다.
고맙다며 받아온 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 흔한 무엇도
건네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인증숏 찍어 SNS에 올리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곳에 조심히 고마움을 전한다.
#. 미로
최근 들어 많은 일이 있어
머릿속이 복잡하다.
출구 없는 미로에 들어온 듯한 기분.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하나씩,
하나씩 풀어볼 예정이다.
지금은
아직은
아슬아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