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가 받은 소중한 선물들

by 뚜빈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올해 내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은 무엇일까?' 한 해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결혼을 준비하던 여름의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기쁨만 있던 것은 아니었어요. 때론 수많은 체크리스트 앞에서 압도감을 느끼기도 했고, 결혼식 전날까지도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할 만큼 몸도 마음도 분주한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함께 준비하고 결정해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팀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가족들은 언제나 사랑으로 우리의 선택을 지지해 주었어요. 그리고 소중한 이들에게 결혼 소식을 전하며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오래된 인연을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큰 기쁨이 되었고요. 비록 몸은 분주했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받은 사랑과 축복, 응원들 덕분에 마음만은 유난히 충만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은 내가 오늘의 나로 자라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관계들 속에 있었는지를 다시 깨닫게 해 준 선물이었어요.


그리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결혼식 날도 제게 또 다른 선물로 남아있어요. 결혼식 당일 아침, 눈을 뜨니 아빠가 제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하나뿐인 딸을 결혼 보내는 아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순간 가슴이 울컥하더라고요. 결혼식 때 눈물을 펑펑 쏟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너무 행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웃었던 기억뿐이에요. 입장 전 닫힌 문 뒤에서 긴장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응원하던 순간, 가족들이 축가로 불러주던 찬양을 들으며 하나님의 은혜와 가족들의 사랑을 함께 느꼈던 순간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과 말없이 곁을 채워주던 도움의 손길들까지. 나누어주신 시간과 마음에,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하루였어요.


사실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꽤나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청첩장에 적힌 'every day, every moment together'라는 문구를 볼 때에도 어딘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불편해지기도 했어요. '어떻게 매일 매 순간을 함께할 수 있지?'라면서요.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 둘이 함께하는 삶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즐겁고,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것 같아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혼자 살면서도 밤이 되면 알게 모르게 긴장이 되어 잠친구처럼 런닝맨을 틀어놓고 자곤 했어요. 그동안은 혼자 배를 몰고 항해하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잠든 사이에도 경계를 풀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 배에 든든한 동행이 함께 타고 있는 느낌이에요. 낮에도 밤에도 나 혼자 오롯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둘이 함께 하나의 배를 가꾸어 가고 있어요. 그 감각 덕분에 이제는 긴장을 조금 내려놓고 항해하고 있는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게 되었어요.


물론 혼자가 아니기에 앞으로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만 항해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다른 길로 흘러가게 되더라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와 기쁨을 발견할 거라고 믿어요. 예상치 못한 폭풍 앞에서 두려운 마음이 들 때도 있겠지만 이제는 서로를 돌보며 함께 헤쳐나갈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이 제가 올해 받은 가장 귀한 선물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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