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하루도 따뜻하게 덮어주는 마음
결혼 12년 차.
'따뜻한 말 끝에는 다시 따뜻한 시작이 있다.' 우리는 이 말을 숱하게 확인하며 살아왔다.
살림은 함께하는 거라지만, 현실은 늘 매끄럽지 않다. 맞벌이 가정의 대부분이 그렇듯 (그렇지 않은 집들도 많겠지만) 퇴근 후 돌아오면 싱크대엔 그릇이 쌓여 있고 바닥엔 양말이 굴러다닌다. '오늘은 꼭 치워야지' 다짐하면서도 천근만근의 몸은 늘 무겁다.
갓 지은 밥을 차려내고 싶지만, 결국 전자레인지 ‘띵’ 소리와 함께 즉석밥을 꺼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미안한 마음이 스치지만, 둘이 마주 앉아 숟가락을 드는 순간은 언제나 따뜻하다. 반찬이 몇 가지 되지 않아도, 맛있게 먹어주는 서로의 마음이 밥상을 채운다.
그리고 그 자리에 빠지지 않는 또 하나의 가족, 6년째 같이 살고 있는 반려묘 다람이.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다람이도 고맙다람~” 하고 흉내 내며 웃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풀린다.
살림은 해도 티가 잘 안 나고, 안 하면 바로 티가 난다. 그래서 쉽게 지치고, 괜히 서운해지기도 쉽다. 그래도 우리가 오늘도 내일도 이어가는 건 결국 짧은 말 한마디 때문이다.
오늘도 즉석밥이라 “미안해.”
아니야 “괜찮아.”
오늘도 “고마워.”
이 세 마디가 우리 집의 엔진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따뜻한 말 끝에서, 우리는 힘을 얻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