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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Gold Aug 04. 2020

날씨와 노래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나를 좌우하는 것들


나는 귀가 매우 얇은 사람이다. 인터넷 기사 하나에도 잘 놀라고 그것을 진리인양 받아들이고 내 생활에 적용한다. 작심삼일도 잘한다. 내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또 다른 나의 특징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매우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아주 큰 창을 가지고 있어서 수업 도중에 창밖을 내다보면 내가 지금 교실 안에 있는 것인지 밖에 나가 앉아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나는 내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짐작했겠지만, 햇볕이 반짝이는 날에는 기분이 너무 좋고, 비가 오면 한없이 우울해했더랬다) 그게 남들보다 조금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친구들과의 대화를 듣고 깨달았다. “오늘 쟤(글쓴이)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비가 와서 기분이 다운됐다나 봐” 그때가 바로 ‘아, 내가 좀 유별난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그 뒤로는 마음은 영향을 받을 지언즉 겉으로는 많이 티를 내지 않게 되었고, 신기하게도 그러다 보니 실제로 기분에도 많은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사람은 환경을 이길 수 없고, 충격요법이야 말로 신속하게 행동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또 노래를 듣다 보면 또 그렇게나 내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음악은 아니다. 가사가 있는 노래여만 한다. 발라드나, 혹은 슬픈 가사의 미드 템포 노래를 들으면 한없이 기분이 가라앉고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고 외롭고 적적하고 고독하다. 비 오는 날 들으면 좋은 노래를 꼽자면 토이(윤하)의 오늘 서울은?? 그리고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비 오는 압구정. 단순하기도 하여라. 제목이나 가사에 꼭 비가 내려야 하는구먼. 쯧쯧. 그런데 이런 우울함은 왠지 모르지만 굉장히 달콤한 우울함이다. 내가 오래도록 즐길 수 있는 우울함.

그리고 반대로 신나면서 밝고 맑은 노래를 들으며 운동을 하다(주로 스핀) 보면 또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할 수가 없다. 나중에 죽기 전 내 자식들에게 “불행하다 느껴질 때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를 들으렴.이라고 말해줘야겠다”는 이상한 다짐까지 하게 할 정도로.    


그리고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게 하는 마지막 한 가지는 나의 ‘일’이다. 결혼 전 후로 무엇이 가장 많이 바뀌었냐고 묻는 이들에게 “업무와 나를 분리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혼자 살 때는 업무 스트레스를 집까지 안고 와서 괴로워하다가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싫은 월요병을 항상 달고 살았는데, 결혼하고 애를 낳고 나니 회사에서는 회사일로 바쁘고 집에 와서는 집안일과 육아로 바빠서 집까지 업무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오는 것, 그리고 반대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을 회사에 까지 가지고 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렇게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라는 멘트도 덧붙여가며.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그런 것인지, 일터에서 중간관리자급이 되어 책임감도 커져서 그런 것인지 업무가 잘 안 풀리면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짜증도 잘 내고 잠들기 전까지 찡그린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게 업무시간에 일을 좀 더 열심히 하지 그랬니”라는 나에게 하는 꾸중과 “이 어린것들(내 새끼들)과 이 남자(내 새끼는 아니지만 새끼들 중 가장 큰 아이 같은 남편)가 무슨 죄가 있어서 너의 짜증을 다 받아내야 하니”라는 죄책감이 뒤범벅되어 나 스스로 참 초라해지는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래서 지금은 낮 시간에 무조건 집중해서 일을 하고, 성과를 내지는 못 할 지언즉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그 후 퇴근길에는 머릿속 생각들을 전부 회사 데스크에 두고 나온다. 오늘 저녁은 가족들의 표정과 눈동자에 집중하겠노라 다짐하면서.    


나의 엄마는 언제나 한결 같이 내게 따뜻하고 내 말에 귀 기울여주시고 피곤한 기색 없이 늘 아름다운 모습이셨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기억될까. 오늘도 고민이 많다. 하지만 이 고민은 여기 노트북에 남겨두고 또 내 할 일을 해야지.    


#날씨 #노래 #업무스트레스 #감정기복 #해결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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