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이 넘으면
오늘도 울산에서의 주말 육아를 마치고 급하게 울산역으로 향하는 택시를 탔다. 그런데 그 택시에서 기사님과 나눈 이야기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보통 난 택시를 타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택시를 탔다는 것 자체가 대중교통 이용하기엔 너무 힘든 상태이기에 택시에서 맥없이 바깥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그런데 오늘 기사님은 조용한 나에게 계속 말을 시키셨다.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례할 정도는 아니라서 조금 거드는 정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분은 택시를 하신 지 십 년이 넘으셨고 은퇴를 하고 노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싶어 택시를 시작하셨다고 한다. 내가 무심코 그래요?라고 받으니 왜 자기 나이는 노는 게 힘든지를 이야기해 주신다. 자신이 어느덧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집에 있으면 티비나 자꾸 보게 되고 관절이 좋지 않아 산도 잘 못 탄다고 했다. 근처 공원이나 집에 있는 게 전부인데 그래서 오히려 건강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일을 한다고 했다. 여기저기 들어가는 돈도 첫 번째 이유는 아니지만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게다가 자기가 아는 또래 친구들은 모두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득 호기심에 그럼 기사님 또래분들은 무슨 일을 하시냐고 여쭤봤다. 모두가 택시 기사를 하실 수는 없을 거고 당장 내 머릿속에 70이 넘은 나이에 한국에서 할 일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내 질문에 조금 당황하셨는지 조금 어버버 하시다가 사실 자기는 친구들하고 연락을 잘 안 한다고 하셨다. 40, 50대까지만 해도 잘 모이던 친구들은 더 이상 모이지 않고 연락을 한다 한들 카톡 정도이기 때문에 일을 한다 안 한다 정도만 알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한다. 또 굳이 묻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 뒤로도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문득 이 기사님과 같은 고령층의 고충이 너무 현실로 느껴져 생각이 많아졌다. 기대 수명은 늘어가는데 아직 우리나라의 정년은 60-65세에 머물고 있다. 한창(?) 일 할 나이에 은퇴를 하고 새 시작을 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
교장이나 군인으로 은퇴한 친구들은 연금이 많더라고 부러운 너털웃음을 지으시던 기사님의 말투가 아직도 선명하다. 그렇게 최소한의 노후가 보장된 직군을 제외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일까? 자녀들이 돌보는 건가? 아니 그렇지 않은 케이스들이 더 많아 보였는데. 대체 그럼 그 늘어나는 고령층들은 어떻게 이 사회에서 생존하고 있는 것일까. 혹 OECD 압도적 1위인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일까.
사회 구성원들이 다 함께 고민할 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권이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로만 인지하던 문제를 현실로 맞닥뜨리게 되니 마음이 무거워 주저리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