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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흔한 남매

by 윤슬

오빠는 49재 날에야 비로소 엄마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 10여 년 전부터 정신장애인시설에 거주 중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장례식 날, 의견 대립이 있었다. 장남인 오빠가 장례식에 참석해야 한다 것과 반대하는 주장. 결국 우리는 시설 원장님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어머니가 사망하셨어요. 오빠가 장례식에 참석해도 될까요?”

“보통은 장례식 이후 충격을 많이 받아요. 장례식보다는 49재에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장남으로서의 의무감이 충만한 오빠는 엄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두고두고 가슴 아파했다. 오빠의 성격을 잘 아는 나도,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다. 그러나 가족들과 시설 원장님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오빠는 49재에 울지 않았다. 감정에 무감각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 그게 오빠 병의 일부이다.


엄마가 죽고, 그리움이 사무칠 때면 나는 산소를 찾아가 울곤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내가 산소에 오는 걸 좋아할까? 오빠 챙기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그 후로 엄마가 보고 싶을 때면 오빠에게 갔다. 쉰이 훌쩍 넘은 오빠는 아직도 순수하다. 게임을 좋아하고, 고기와 빵, 신상 과자, 그리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면회를 가서 오빠가 좋아하는 고기를 같이 먹고,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먹는 게 루틴이다. 가끔은 오빠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어느 날 오빠가 물었다.

“나한테 왜 잘해줘?”

“오빠가 내 은인이잖아. 나 아플 때 업고 병원 가고, 대학원서 쓸 때 오빠가 3만 원 보태줘서 대학교 갔잖아.”

“가족이니까 당연한 거지. 뭘.”

“나 그때 정말 고마웠어. 그거 갚는 거야.”

“너 충분히 갚았어. 이제 괜찮아.”

“요즘은 엄마 보고 싶을 때 오빠한테 오는 거야. 그래야 엄마도 좋아하니까.”


오빠를 만날 때면 나는 엄마를 느낀다. 남매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뿌듯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하는 엄마의 그 미소가 떠오른다.

‘향아, 잘했다. 오빠를 부탁한다. 미안하다.’


“여행 가고 싶어. 일본으로.”

좀처럼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는 오빠가 뜬금없이 말했다. 뭐가 먹고 싶은지, 어떤 게 더 좋은지, 어디를 가고 싶은지 잘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다 좋아’ 로 표현하던 오빠였다. 그런 오빠가 처음으로 내게 나라를 콕 집어서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놀라웠다. 시설에 입소하기 전에는 엄마와 함께 종종 해외여행을 가곤 했었는데, 그게 그리웠나 보다.

우리 가족은 올해 12월 오빠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을 계획 중이다. 여행의 시작은 여권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이다. 오빠 증명사진부터 찍고, 오케이! 렛츠고!


안 흔한 남매의 해외여행은 어떨까? 설레면서도, 걱정이 앞선다. 내가 믿을건, 남편뿐.

"여보,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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