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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

#013 K장녀표 회복탄성력 키우기

by 엄마의 브랜딩

힘든걸 잘 말하지 않는 편이다. 말한다고 해결될거란 기대치가 없는 편이고, 약한소리 하는 것도 싫어하고, 도와달라는 말은 더더욱 어색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멀티로 쌓이는 여러 상황들에서 한계점에 다다를 때가 있었다.


한계에 도달할 때, 퓨즈가 끊기는 느낌이 있다. 기를 쓰고 애쓰며 버티다 전부 탁 손놓고 싶어질 때. 나는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 왜 이렇게 챙겨야 할 게 많나, 왜 이런것까지 내가 혼자 다 해야하나. 책임질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아무와도 만나지 않을 무인도 같은곳에 콕 박혀 혼자 1주일, 한달 조용히 숨만 쉬다 오고 싶은 상상을 하는 그런 날 말이다.


운동하지 않았을 때는, 그런 시간을 먹는 것으로 풀었던 것 같다. 혹은 가족들에게 짜증내는 횟수가 늘어났다. 사실 저 힘들어요,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었을 속 마음을 꿀꺽 삼킨 거였다. 내가 얼만큼 힘든지 왜 몰라줘! 하는 마음을 짜증이란 포장지로 덮은거였다. 내 마음이 힘드니 관계도, 사람들에게도 시니컬하고 무심해졌다. 나는 10레벨의 상황으로 견딘다고 느끼는데, 시시콜콜한 2,3,4레벨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징징대는 것 같다고 느껴서였다.


K장녀가 돌아버리면 또라이가 된다는 글을 본적이 있었다. 너무 와닿았던게 문장에서 <참아내는 억치량의 남다른 바이브>가 바로 팍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안의 힘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다. 그리고 여전히 어색했다. 머리따로, 마음따로라고나 할까. 정말 친한 지인들을 만나 나눌 순 있겠지만, 그 스토리를 다 말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그런 기간이었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그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걸 많이 경험했다. 힘들게 땀 흘리고 나면, 뭔지 모를 개운함과 함께 내 안의 감정들이 작게 느껴졌다.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_하며 너그러워졌고, 차분해진 감정은 여유를 만들었다. 가족을, 사람들을, 무엇보다 나를 한번 더 보듬고 챙길 힘이 충전되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플랭크보다 복근운동보다 달달 떨리며 하는 1분더_의 시간보다 안 힘들게 느껴져서였을까. 사는게 뭐 별거있나_라는 마음이 좋았다. 차분해지는 감정선이 좋았다. 힘들고 속상할 때마다, 내면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화가 올라올 때마다 쪼르르 내려가 운동하고 왔다. 화낼 힘이 없어서인지 운동 후 내 모습이 좋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문득, 나를 응원하고 싶어졌고,

나에게 가혹하지 않고 싶어졌고,

힘들어하는 내게 지랄 잘했다고 하고 싶어졌고,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기죽지 말고 불안해 말라고,


그렇게 내 편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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