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안해봤던 선택을 해본다는 것
레깅스 패션을 보며, 오-저건 엄청 날씬해야 입을 수 있겠군_이라고 생각했었다. 뭔가 나는 입어봐야겠다_는 생각 자체를 안했던 것 같다. 원래 옷에 크게 관심있는 편이 아니고, 쫙 달라붙는 운동복이 나와 관계 있을거라는 연상작용은 아예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붙는 옷을 입으시면 좋을것 같아요" 필라테스 선생님께서 매일 헐렁한 옷만 입고 다니는 내게 한마디 해주셨다. "네? 제가요??" 하지만 난 선생님들 말씀은 잘 듣는다. 그날 바로 옷을 사러 갔다. 근처 룰루레몬 매장이 있었다.
생전 운동복 자체를 산다_는 개념이 없었는데 가서 이것저것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걸 샀다. 보들보들 쫀쫀한 옷이 촥 붙으니 군살이 쏘옥쏘옥 드러났다. 일단 매우 신선했다. 군살붙은 내 몸을 직관하는 느낌은 헐렁한 옷 속에 감추고 싶었던 나에 대한 부끄러움을 드러내는 느낌이었다.
붙는 옷을 입으니 뭔가 전문 운동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태어날때부터 전 운동을 즐기던 사람이거든요_라고 말해야 될 것 같았다. 있는 모습 그대로의 내 몸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건 나를 그대로 수용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쫀쫀 좋은 옷을 입혀주니 내가 나를 소중히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사랑해야지, 사랑해_라는 내면의 말, 소리내서 하는 말보다 백만배는 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물리적으로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는 행동 말이다. 옷입은 내가 마음에 들어서 누군가 힘들어하면 힘내_라는 말보다 말없이 고기 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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