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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학년도 수능 국어, 리뷰합니다

저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쳐라

by 윤슬빛

2024년 11월 14일, 어김 없이 수능날 아침이 밝았다. 킬러문항의 부재, 의대 증원 이슈 등... 수험생이 혼란스러웠을 법한 이야기들이 난무하였으나, 예년의 수능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수능이었다.




1. 독서


1) [1~3] 독서 지문


늘 출제되는 유형이다. 효과적인 밑줄 긋기 방법에 대해 다루는 지문으로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다만 3번 문제의 경우, ‘고래는 폐로 호흡하므로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다’는 문장은 독서 목적인 ‘고래의 외형적 특징 정보 습득’과 거리가 먼 문장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선지로 5번을 고를 수 있다.

밑줄 긋기는 주요 정보를 파악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6월 평가원에 출제되었던 독서 지문과 이어진다. 6월 평가원의 독서 지문(1~3번)의 주제는 ‘글 선정 및 정보 재구성 전략’이기 때문이다. 6월 평가원에서도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선택하기’ 전략을 언급하였다.


2) [4~9] 인문/역사 분야


수험생이 가장 까다로워하는 유형인 (가), (나) 유형이 출제되었다. (가)는 개화 개념의 변화를 다루었고 (나)는 중국의 근대화 추진 및 과학 정신의 수용에 대해 다루었다. 즉, (가)는 개화는 서양 기술·제도의 도입과 함께 정신적·철학적 요소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며 (나)는 서양 과학과 기술의 수용과 함께 과학 정신과 국민의 정신적 자질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이는 2025 수능특강 독서에서 ‘개화기 과학 기술에 대한 지식인들의 생각’을 다룬 지문과 연관된다.

8번 문제가 오답률 약 80%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손꼽히는데, (가), (나)의 지문을 이해함과 더불어 <보기> 상황의 해석을 세밀해야 하기 때문에 수험생이 현장에서 맞닥뜨렸을 때 당황할 법하다.

(가)에서 언급한 ‘한성순보’의 간행 취지는 서양 기술과 문명에 대한 반감을 줄이는 것이었지만, <보기>에서 정부가 마을의 미래상을 홍보한 것은 마을의 자생적 발전 가능성을 강조한 것이므로, 1번 보기에서 ‘한성순보’를 간행한 취지가 마을을 홍보한 정부의 취지와 부합하다고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답은 1번이라고 볼 수 있다.


3) [10~13] 과학/기술 분야


노이즈를 이미지에 점진적으로 추가하고 제거하여 이미지를 복원, 생성, 변환하는 확산 모델에 대한 내용이 출제되었다. ‘노이즈’가 무려 45번이 등장하여 수험생을 대혼돈에 빠뜨린 장본인이다.


소위 ‘노이즈’ 지문은 2025 수능특강 독서에 실린 ‘기계 학습의 개념과 기계 학습 알고리즘의 분류’를 다룬 지문과 연관이 있다. 수능에 출제된 지문도 기계 학습 중 지도 학습을 다뤘기 때문이다. 수능특강 독서의 ‘기계 학습에서의 학습 방법은 일반적으로 지도 학습, 비지도 학습, 강화 학습 등으로 나눌 수 있다.’라는 문장에서 수능-EBS의 연계성을 찾을 수 있다.


해당 지문은 9월 평가원 [8~11번] 지문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다룬 것과도 연관성이 있으므로 여전히 평가원 기출문제와 연계 교재를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4) [14~17] 사회 분야


인터넷 ID와 명예 주체성 논쟁을 다룬 지문이다. 리프킨은 자기표현을 표면 연기(형식적 표현)와 심층 연기(솔직한 정서 표현)로 나누며, 가상 공간에서는 자기표현이 더욱 활발히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 가상 공간에서의 익명성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억압된 정서를 드러내거나 다른 인격체로 활동하도록 하며, 게임 ID, 닉네임 등으로 나타나는 인터넷 ID와 관련된 사이버 폭력이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해당 지문은 2025 수능특강 독서에서 ‘사회적 상호 작용에 대한 고프먼과 리프킨의 관점’ 지문과 관련이 있다. 고프먼은 사람들이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 다른 특성을 보이며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본 반면, 리프킨은 인터넷 환경에서 연극적 자아가 확연히 드러나며 자아를 표현하는 연기를, 형식에 집중하는 ‘표면 연기’와 진정성 있는 ‘심층 연기’로 구분했다는 내용이다.


다만, 수능에서는 리프킨의 자기 표현에 대해 언급한 후 명예 주체성 논쟁을 주로 다룬 것이 차이가 있다. 인터넷 ID만으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다면 법적 책임 성립 불가하다는 다수의 견해와 성립이 가능하다는 소수의 의견을 잘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16번 문제도 오답률 약 70%로 까다로웠던 문제이다. ㉯는 ‘다수 의견’으로 인터넷 ID만으로는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으므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A는 ‘□□ 전시관에서 물고기를 관리하는 b’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물고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시관의 누리집을 통해 알 수 있으므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어 A도 가해자로서의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답은 2번이다.


2. 문학


1) [18~21] 작자 미상, <정을선전>


<정을선전>은 가정 내 불화, 갈등을 다룬 ‘가정 소설’으로, 2025 수능특강 문학 교재에 실린 연계 작품이다. 수능의 본문에는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정을선이 충렬부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정렬부인의 계락이 밝혀지는 장면이 실려있는데, 수능특강에 실린 본문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수능에서는 사건의 전개와 충렬부인의 고초를 극적으로 묘사하며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며, 수능특강에 실린 작품 본문은 사건의 요약과 결과에 중점을 두어 간결하게 서술되었다. 즉, 거의 같은 장면이 출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연계 교재를 자세히 공부한 수험생의 경우 쉽게 문제를 풀었을 것이다.


6월 평가원에는 <이대봉전>, 9월 평가원에는 <광한루기>가 출제되었는데, <정을선전>은 영웅 소설로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6월 평가원에 출제된 <이대봉전>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 [22~27] 장석남, <배를 밀며> / 허수경, <혼자 가는 먼 집> / 이광호, <이젠 되도록 편지 안 드리겠습니다>


<배를 밀며>는 2025 수능완성에 실린 연계 작품이고, <혼자 가는 먼 집>과 <이젠 되도록 편지 안 드리겠습니다>는 비연계 작품이이다. 연계 작품은 난이도가 쉬웠으며, 비연계 작품이 높은 난이도로 출제되었다.


특히 <혼자 가는 먼 집>의 정서, 주제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경쾌한 어조 속에 내재된 슬픔을 읽어내지 못했다면 24번 문제를 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화자는 스스로를 '병자'에 비유하는데, 이는 사랑의 상처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며, 자신을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으므로 답은 2번으로 도출된다. 연계 교재를 학습할 때, 당황하지 않고 처음 보는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분석력을 길러야 하겠다.


3) [28~31] 이청준, <배꼽을 주제로 한 변주곡>


비연계 작품이다. 다만, 2025 수능특강에서 이청준의 <아름다운 흉터>가 실려있으나 <배꼽을 주제로 한 변주곡>은 비현실적 설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문제를 탐구하는 반면, <아름다운 흉터>는 시련과 고통을 성실히 극복해 가는 삶의 가치를 다루고 있으므로 내용상 차이가 있다.


6월에는 임철우의 <아버지의 땅>이 출제되었고, 9월에는 윤흥길의 <날개 또는 수갑>이 출제되었다. 모두 인물의 내면 심리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능에 출제된 현대소설 작품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4) [32~34] 작자 미상, <갑민가> / 작자 미상, 사설시조 <녹양방초 언덕에~>


<갑민가>는 2025 수능완성에 실린 연계 작품이고 사설시조는 비연계 작품이다. 모두 어렵지 않게 출제되었으며 정답률 또한 높은 편이다. 특히 수능에 출제된 <갑민가>는 수능완성에 실린 작품 본문과 똑같은 파트이므로 체감 난이도 또한 매우 낮았을 것이다.


다만, 32번의 정답률이 60%로 해당 지문의 3문제 중 가장 낮은 편인데, ‘의문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상대의 행적에 대해 의심한다’는 서술은 잘못되었다. 따라서 정답은 3번이다.


3. 화법과 작문


[35~37] 발표문, [38~42]는 대화문과 건의문, [43~45]는 작문 상황(글쓰기 방식, 고쳐쓰기)이 출제되었다. 모두 2025 수능특강 화법과 작문 교재와 기출문제를 성실히 풀었다면 무난하게 해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4. 언어와 매체


[35-36] 수능 언매 첫 지문은 훈민정음 표기법으로, 중세 국어가 출제되었다. 6월에 호칭어와 지칭어 관련 내용을 다뤘고 9월에는 품사 통용에 대해 출제된 것과 대조된다. 중세 국어를 소홀히 한 수험생의 경우 까다로웠을 것으로 예측된다. 9월 평가원 언매 38번 문제를 통해 중세국어 파트를 반드시 공부하라는 평가원의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


[37-39] 37번은 동음이의어와 다의어, 38번은 조음 위치와 조음 방법, 39번은 간접 인용에 대해 다루었다. 특히 38번의 경우 6월 평가원 38번, 9월 평가원 37번 모두 음운 변동을 다루었으나 수능에서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조음 위치 변화, 조음 방법 변화에 대해 출제되었다. 어렵지는 않았으나, 수능특강 문법 파트를 꼼꼼히 푼 학생의 경우 더 쉽게 풀 수 있었을 것이다.


[40-45] 43번에서 문법 문제가 출제되었다. 연결 어미와 보조용언 등을 알고 있는지 묻는 문제였으며, 까다롭지 않게 출제되었다.




화법과 작문의 1등급 컷은 95점, 언어와 매체의 1등급 컷은 92점이다. 난이도가 쉽지 않은 시험이었으나, 등급컷이 다소 높은 이유는 의대 증원 이슈로 인해 상위권 N수생이 대폭 유입된 결과로 보인다.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선택 체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수능은 공통국어 체제로 바뀌게 되므로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 어떤 변화에도 의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교과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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