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딴청이 Oct 17. 2024

딴짓하는 개발자, 딴청이

IT 시대에 발맞춰 개발자가 되었는데, 다른 곳에 눈길이 간다.

▪︎ IT 강국 대한민국, 시대에 발맞춰 개발자가 되었다. 근데 개발이 미치도록 어렵다. 다른 곳으로 눈길이 간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IT 강국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5G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으며,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시장을 이끌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에 IT 산업은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대한민국은 단순한 소비자 국가를 넘어 IT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그 무렵 많은 청년들이 시대에 발맞춰 개발자로 진로를 변경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나는 원래 개발자가 아니었다. 시각디자인과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내가 사랑했던 것들로 가득했다.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만들 수 있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내는 과정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머릿속에 있던 개념들이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구현될 때의 그 기쁨, 그리고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었을 때의 보람이 나를 디자인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에 대한 충돌이 잦아지면서 회의감을 느꼈다.

그러던 중 개발자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디자인이 이미지를 통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면, 개발은 텍스트를 통한 새로운 영역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글로 작성된 프로그램 코드가 실제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되고, 그 프로그램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매력을 느꼈다. 프로그램 언어로 세상을 창조하는 개발자의 역할은, 내가 디자이너로서 느꼈던 창조의 기쁨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성취감을 가져다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다.

하지만 개발자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험난했다. 디자인은 시각적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분야였다. 색상, 형태, 배치 등을 눈으로 확인하며 바로 수정할 수 있었고, 내가 창조해 낸 결과물이 즉시 드러났다. 그러나 개발은 달랐다. 코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작동하며, 작은 오류 하나에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빠르게 처리가 되지 않고 쌓여만 가니 마치 거대한 괴물과 마주한 느낌이었다.

개발자로 멋지게 성공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곳에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