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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청이 Nov 04. 2024

0412. 위로

무너져 내린 모래성을 토닥인다고 원래대로 돌아올까.

사람에게는 누구나 서사가 있고 아픔이 있고 추억이 있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어떻게 살아가는가.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가. 아픔을 딛고 일어섰는가. 이겨내는 중인가. 아픔에 잠겨있는가. 도피하고자 혹은 그리움에 사무쳐 추억 속을 헤매고 있는가.

세월은 유수와 같고 인생은 무상이라. 결국은 흐르고 흘러갈 것들이지만. 그럼에도 그 순간만큼은 그 감정에 감싸인 채로 옴짝달싹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다. 혹자는 말한다. 네가 듣고 싶었던 위로를 해주면 안 되겠냐고. 그에 하고 싶은 답은 하나다. 내가 아픔에 잠겨있을 적에는 그저 날 내버려 뒀으면 싶었을 뿐이라고.

나를 위하는 위로 한 마디에 내 마음엔 짐이 한 칸 쌓이고. 쌓이는 짐은 내 아픔 위에 올라서 나를 억눌렀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나를 옥죄여 괜찮지 않음에도 괜찮다고 답하며 웃어 보이게 만들었다. 꼭두각시 인형이라도 된 듯이 남에게도 나에게도 괜찮아,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그런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동정하여 안타깝고 어리석다 자책하고. 그렇게 곪고 곪아 속은 썩어 들어 숨이 막혔다.

이미 무너져 내린 모래성을 토닥인다고 원래대로 돌아올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행동 뒤에 감춰진 눈물은 누가 닦아주나. 그저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지. 이조차 사람마다 느끼는 부분이 다름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무서워 입을 다물게 된다. 한 걸음 물러나 눈치를 본다.

혹시 나와 같을까 봐. 하지만 아닐 수도 있으니까. 뻔한 한 마디 겨우 뱉고 다시금 후회하고. 위로를 하고 싶지만 위로가 두려운 아이러니 속에서 꽉 쥔 손에 땀이 찬다. 꺼내지 못한 말을 속으로 삼킨다.



미안해요. 당신의 아픔에 아무런 위로를 건네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의 아픔에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당신의 이야기를 아픔이라 표해서.


그럼에도

시간이 충분히 흐른 후에는

당신이 진정으로 웃을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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