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꿈꾸었던 밤의 시간
어렸을 땐 밤늦게 자는 게 꿈이었다.
밤은 언제나 금기의 시간이었고 어른들의 시간이었다.
제때 잠드는 건 강제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아쉬운 일이었다. 어른들에게만 자기 의지로 하루를 끝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그것은 어린이가 갖지 못하는 엄청난 자유였다.
어쩌다 늦게 잘 기회라도 생기면 뭐든 할 것처럼 흥분했지만, 얼마 못 가 곯아떨어져 잠들곤 했다.
깨어있는 밤은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밤의 자유를 누리기에 나는 너무 어렸다.
어른이 되고 보니 진정한 어른의 시간은 밤이 아니라 새벽이었다.
새벽 첫차에는 밤새워 일하거나 술 마시다 집에 가는 사람들과
남들보다 일찍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쪽이든 아이들은 생각지도 못할 일들이다.
깨어있는 밤 너머엔 깨어있는 새벽이 있었다.
그것은 자유이기도 했지만 의무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에는 밤 너머에 그런 의무가 있는 줄 몰랐다.
나이가 들수록 밤에 깨어있기가 힘들다.
어느새 나의 시간은 밤을 즐길 수 있는 자정을 지나
새벽으로 넘어온 건지 모르겠다.
다시 깨어있는 밤을 꿈꾸게 된다.
새벽 이전의 밤을 꿈꾸는 것은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그 밤을 누릴 수 있는 시기는 너무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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