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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췄다. 실크로드 사마르칸트

[파르밧 모험여행] 02. 사마르칸트

by 파르밧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향한다. 배낭을 꾸리는 일은 여행자의 의식이다. 풀어헤친 짐을 나누고 정리한다. 오롯이 나의 시간에 집중한다. 반듯하게 꾸린 배낭을 침대 한편에 세워두었다. 손안의 여행이 가능한 세상. 계획했던 여정들이 흐트러짐 없다. 여행 동선을 따라 바삐 움직인다. 예측하는 것이 빗나갈 때 여행의 묘미를 느낀다. 눈에 많은 것을 담았지만. 마음의 공간을 채우는 건 사람이다. 현지인의 소소한 일상을 경험하고 느껴 보는 것, 여행을 사랑하고 오래 기억되게 한다.








이른 아침 열차역으로 향한다. 사마르칸트로 이동하기 위해 고속 열차(아프로시압)을 예약했다. 중앙아시아 거대한 지역을 열차 노선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고속 열차 ‘아프로시압(Afrosiyob)’은 우리나라의 KTX 같은 열차로 2011년 도입되었다. 타슈켄트를 기점으로 사마르칸트, 부하라 실크로드를 잇는다. 344km 사마르칸트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역에 들어가기 위해 보안검사를 받는다. 도심을 벗어나면 시골 풍광이 펼쳐진다. 승무원은 카트를 옮기며 따뜻한 차와 크루아상을 간식으로 건네준다. 먼 곳을 응시하며 창으로 스며드는 햇살을 즐긴다. 실크로드를 대상인들의 낙타 행렬을 아련히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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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도착했다. 사마르칸트역 외관은 이슬람 사원을 연상케한다. 중앙의 첨탑과 아치형의 입구들. 나무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는 모양이다. 사마르칸트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실크로드 도시이다. 택시를 이용해 구시가지까지 갈 수 있다. 가능하면 현지 교통편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물어 물어 걸어갔다. 출발 대기중인 버스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았다. 승하차하는 사람들이 배낭을 품고 있는 외국인에 웃으며 눈길을 준다.







‘레기스탄’

기사님이 나를 보며 손으로 가리킨다. 사마르칸트 여행은 레기스탄 광장(Registan Square))에서 시작한다. 과거 티무르 제국의 수도 중심으로 상징적인 곳이다. 왕의 즉위식, 시장,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었다.

티무르의 손자 울르그벡은 광장에 웅장한 마르레사를 건설했다. 이슬람 광장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푸른 햇빛을 받은 대리석 외관의 마드레사. 인도의 ‘타지마할’ 위용만큼이나 웅장하다. 눈으로 담기 모자라다. 넓은 광각 렌즈를 꺼내야했다. 레기스탄 주변 여행자를 위한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배낭여행자 숙소를 찾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온 여자 스텝이 있다. 영어도 능숙해서 소통이 수월하다. 침대 4개가 있는 방, 인도에서 온 여행자와 함께하게 되었다. 카페 분위기의 공용 장소와 키친 사용이 가능하다.


몸을 가볍게 하고 카메라를 둘러멘 채 거리를 나선다. 발길 닿는 대로 다녀볼 생각이다. 여행을 하며 카메라는 일부가 되었다. DSLR 카메라가 무겁기도 하지만 사진은 소중한 기록이다.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를 담게한다. 작은 뷰 파인더 너머 생각이 머문다. 피사체와 교감하는 것을 즐긴다. 같은 곳이라도 제각각 빛이 스며든다. 오래된 감정으로 남는다. 사진은 움직이는 기억, 멈춤의 여운이다.


사마르칸트는 중세 역사를 간직한 실크로드 도시이다. 그 중심에 레기스탄이 있다. 과거 종교 교육의 중심지였으며 학자들과 상인들이 모여 문화를 교류하는 장소였다. 페르시아어로 ‘모래 광장’ 뜻이 있다. 사막의 한 가운데 15~17세기 걸쳐 웅장한 마드레사(이슬람 종교학교)가 세워졌다.






① 울르그벡 마드레사(Ulugh Bek Madrassah, 1420년. 좌)

가장 오래된 마드레사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티무르의 손자 울르그벡이 건설했다. 화려한 기하학무늬와 아치형 구조가 인상적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있다.


② 세르도르 마드레사(Sherdor Madrassah, 1636년, 우)

사자 모양의 타일 장식이 특징이다. 사자는 이슬람에서 권력과 용맹을 상징한다. 이슬람에서는 꽃과 문자로 장식하는데 동물의 그림을 새겨져 있어 특이하다.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내부는 기념품 가게로 바뀌어 있다.


③ 틸랴라리 마드레사(Tilla-Kari Madrassah, 1669년, 중앙)

‘황금 돔’ 이란 뜻을 지닌다. 내부는 금으로 장식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원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방문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광장 주변으로 역사 유적지들이 있다. 구르 아미르, 비비 하눔 모스크, 샤이진다. 발길 닿는대로 걸닐면 좋겠다. 시간 여행을 떠나기에 충분하다. 빛은 건물에 영혼을 불어 넣는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동안 광장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동이 트는 새벽의 고요함을 즐겼다. 낮에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추운 날씨에도 웨딩 촬영을 하는 신랑 신부를이 많다.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에서 행복을 시작한다.






레기스탄 ‘빛의 향연‘을 즐겨라


해 질 녘 사람들은 광장에 모여든다. 삼삼오오, 연인과 함께. 아무 곳에 앉아 관객이 된다. 어둠이 내리면 환상의 빛 축제가 시작된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매일 밤 펼쳐지는 레이저쇼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한다. 웅장한 건축물에 다채로운 빛과 음악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안내한다. 레기스탄 레이저쇼는 드라마틱 하다. 밤하늘이 배경이 된다. 이슬람 건축물은 살아 움직인다. 사마르칸트의 역사과 문화. 티무르 제국의 번영, 현대의 우즈베키스탄까지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된다. 사마르칸트에 머물게 되는 이유가 된다.


여행자를 위한 인사법 “앗살라무 알라이쿰”

당신에게 마음의 평화가 있기를...


향신료 냄새가 풍기는 작은 마트. 과일과 먹거리를 챙겨 숙소로 향한다. 낮에 보았던 꼬맹에 무리들이다. 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며 나에게 ’툭‘ 패스를 한다. 화려한 발기술을 보여주었다. 아마도 골목을 접수한 녀석들임에 틀림없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좋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모습이 사랑스럽다. 호기심 때문인지 아이들은 내 주위를 감싸고 있다. 쉼 없이 몸짓을 섞어가며 질문을 한다.


“치나?” (중국 사람인가요?) 현지인들은 처음에 중국인으로 많이 오해를 한다.

“노. 코리안!”


한국 사람임을 알고는 악수를 청하며 친근함을 표한다. 한국 드라마, 케이펍( K-pop)의 인기는 대단하다. 한국 제품들이 생활 곳곳에 스며들었다. 거리엔 한국의 중고 차량들이 즐비하다. 특히 다마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대중 교통편이다. 한국어대한 관심도 크고 인기가 높다.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거리 공연들을 볼 수 있다. 녀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필요가 있겠다.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으니 ’피자‘를 외친다.

“그래 가자. 피자 사줄게!" 머뭇거리는 녀석들을 내편으로 만들었다.





광장 근처 피자 가게에 들렀다. 현지 스타일의 피자 맛은 내게 익숙하지는 않았다. 개구쟁이 아이들은 순하고 조용해졌다. 내가 먼저 먹기까지 손을 대지 않았다.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올리며 말한다.


“앗살라무 알라이쿰!”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존경과 평화를 기원하는 무슬림 인사이다.


아이들의 예의 바름은 몸에 배어있다. 번역기를 돌려가며 궁금했던 것들을 질문했다. 방문할 여행의 동선이 해결되었다. 서로가 함께하겠다며 가이드를 자청한다. 무슬림들은 관계를 중요시한다. 가족을 중요시하고 마을 공동체가 되어 서로를 돕는다. 오지일수록 사람들의 울림은 깊고 크다. 그들의 따뜻한 인사를 배웠다. 이방인이 마음의 인사를 전할 때. 그들은 이미 내게 다가왔다.


여행자는 바람의 시간을 걷는다. 역사의 흔적이 남은 유적들을 만난다. 사막을 넘어 오아시스 마을에 도착한 낙타의 행렬을 상상한다. 길 위의 수많은 인연들이 쌓였다. '쉼' 이 필요할 때 사마르칸트를 걷고 싶다. 골목 모퉁이를 돌아 변함없이 대장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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