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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은둔의 마을, 쿨(Kul)

파르밧 모험여행 05. 쿨(Kul) 다녀오기

by 파르밧



여행을 통해 꿈과 희망을 얻는다. 사람들과의 만남은 나를 변화시키는 힘이된다. 오지의 자연은 특별하다. 하얀 설산처럼 깨끗하다. 낯선 이방인에게 보내는 따뜻한 미소. 은둔의 마을 쿨(Kul)에서 느린 시간을 걷는다. 여행을 마치고 소소함들이 이내 그리움으로 남는다.




▲ 길론과 쿨 마을을 연결하는 우르타벨 고개 능선, 산 위에 방목장과 쿨 마을. 하르랏 술탄 성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하즈랏 술탄(Hazrat sultan)을 갈수 있을까? 고민이다. 사마르칸트와 달리 이곳은 한 겨울이다. 캠핑도 불사하겠다고 준비는 했지만 너무 춥다. 정보도 부족하니 의지만으로 어렵다. 이곳까지 오게된것은 좋은 친구 덕분이다. 사마르칸트 여행 인포메이션 센터에 근무하는 아란막(Aranmak)은 트레킹에 관심이 많았다. 우즈베키스탄 구석구석 잘 알고 있었다. 현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타지크 마을에 호기심이 생겼다. 무슬림의 성산 '하즈랏 술탄'에 끌렸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마을 커뮤니티 승인이 있어야 한다. 여름에만 외부인들에게 등반이 허용된다. 비시즌이라 모든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것을 주문했다. 길론 마을 주변은 높은 산들이 둘러싸여 있다. 사방이 협곡을 이룬다. 하즈랏 술탄을 가기 위해 쿨(Kul) 마을을 거쳐야 한다. 길란에서 우르타벨(2466n)고개를 넘어야 한다. 눈이 쌓여 4륜 구동 차량으로도 쉽지 않다.


쿨 마을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홈스테이 주인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4WD 차량을 수배했다. 왔던 길을 내려가 계곡을따라 우회하면 가능하다. 산허리를 돌아 거리는 멀지만 고도가 낮아 눈의 영향을 덜 받는 곳이다. 보온병에 따뜻한 차와 빵, 간식거리를 챙겨주셨다. 비포장길 고도를 낮추며 이동한다. V자 계곡은 햇빛을 가릴 만큼 그늘지다. 파미르고원을 횡단하던 때 타지키스탄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럴 것이 이 지역 사람들은 타지크 민족이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하며 우즈베키스탄에 속하게 되었다. 다른 오지 마을 셧(Suit)과 쿨(Kul)로 이어지는 갈림길이다. 눈이 쌓인 구간이다. 단단한 살얼음길이라 조심해야한다. 운전 실력이 좋은 아저씨 덕분이다. 2시간이 걸려 쿨 마을에 도착했다.


▲ 타지크 전통 복장의 주민들. 드레스 챠판(Chapan), 양털로 만든 카랴쿨(Karakul)을 착용했다.
▲ 산악 지역에서 양, 염소, 소를 방목해 사육하며 가장 중요한 동물들이다.


마을 입구 전통복장의 주민들. 양모로 만든 드레스 챠판(Chapan)과 양털 가죽으로 만든 둥근 모자 카라쿨(Karakul)을 착용했다. 카라쿨 모자는 지위와 품위를 상징한다. 과거 귀족이나 지도층에서 착용했다. 지금은 축제, 결혼식 뿐 아니라 일상복으로도 입는다.무표정함에 약간의 긴장이 느껴진다. 풍경을 찍던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드라이버분이 마을 분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셨다.


‘한국에서 온 아주 유명한 사람으로 말하지 않으셨을까?‘ 든든한 매니저이자 통역사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인사를 드렸다. 친절히 악수를 청해주셨다. 무서운 분들이 아니었다.


어떡하지! 일이 커지는 것 같다!”


평화로운 마을에 ’불쑥‘ 등장한 여행자에게 집중된다. 동네 사람들 몇이 더 모였다. 아이들이 달려와 합류했다.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았다. 걸어서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목동의 휘파람 소리에 염소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동한다. 갈 길 가던 소들이 내 앞에 멈춰섰다. 커다란 눈만 껌뻑 거릴 뿐, 사람을 보고 놀라지 않는다. 자기 집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앗. 미안 합니다!' 익숙한듯 흙벽의 작은 문으로 들어간다.





전형적인 타지크 전통 가옥이다. 1층은 동물이, 2층에는 사람들이 거주한다.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작은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주머니들 보인다. 공동 우물이 있는 곳이다. 함석판으로 가림막이 설치 되어있다. 무슬림 문화로 여성에 대한 보호 때문이다. 분위기가 함부로 쳐다보면 안될것 같다. 길란과는 사뭇 다르다. 남,녀의 구분이 엄격해 보인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여행자의 품위이다.

앞서 걷던 동네 분들이 나에게 손짓한다. 어느 집에 이르렀다. 마을에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한 분이 있다. 학교 영어 선생님이었다


“어디서 왔니?”

“카레이 (한국)에서 왔어요!”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다. 여행자로서 환영을 받는 곳이 중앙아시아다. 어디서든 손님에 극진하다. 카펫이 있는 방이다. 차와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감자튀김에 얹은 양고기, 견과류 세트, 육포, 과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어린 딸아이는 너무 이쁘다. 아빠의 말씀 따라 연실 음식을 나른다.



▲ 전통 주거 형태로 1층에 가축들이 살고 2층은 사람들이 거주한다.
▲ 고도가 높은 곳이라 먹이를 찾아 옮겨가며 가축들을 방목한다.



학교 선생님이자 커뮤니티 책임자 정도 될까? 상당히 깨어있는 분이었다. 한국과 나에대해 궁금함이 많으시다. 끊임없이 질문을 하신다. 오래된 마을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에서 발견되었다는 화석과 도자기 파편, 다양한 돌들을 보여 주셨다. 그중에 운석도 있었다.


남극에 떨어진 운석, 발견자는 나였다.

남극 장보고기지에서 안전요원으로 활동했다. 남극 빙원에서 발견한 운석 사진을 보여드렸다. 깊은 산중에 인터넷이 되려나 싶었다. 길론에서 보다 더 빠르고 사진 업로드도 잘된다. 왓츠앱(What’s app)을 연결해 친구가 되었다. 문명과 오지의 간극이 좁혀졌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안전요원, 파르밧 / 남극 내륙 빙원에서 운석을 발견했다.


쿨 마을 영어 선생님과 아이들
▲ 아프랍시압 동굴에서 발견된 오래된 도자기 파편들


하즈랏 술탄은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의 경계에 있는 신성한 산이다. 6월 ~ 8월까지만 산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다음에 온다면 나는 특별한 손님이다. 이다. 자신의 집은 열려있으니 언제든 환영이라 한다.

여기까지 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은둔의 마을, 문명의 욕심이 미치지 않은 삶의 지혜가 있는 곳. 양, 소, 염소, 개. 동물들과 사람들이 살아간다. 느린 시간속 평화로운 풍경이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사진을 찍어드렸다. 언젠가 다시 올 수 있기를.



▲ 사흐리삽스 강에서 겨져 온 물고기를 주민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 씩씩한 마을 이이들



마을 중심에 초록의 돔 이슬람 사원이 있다. 산속 마을에 물고기 좌판이 열렸다. 자루에 담을 것을 풀어내니 한 가득이다.


‘어디서 이렇게 큰 고기를 잡았을까?’


사흐리삽스에서 가져온 것이라 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렸다. 틈을 타서 고양이 한 마리가 소리 없이 임무 수행 중이다. 낮은 포복으로 물고기를 노리고 있다.

"저리가!"

깜짝 놀란 양이. 반사적으로 도망 간다.


오지의 아이들은 씩씩하고 착하다. 어른들에게 예의가 바르다. 궂은 일들을 해내며 일꾼이 된다. 빨리 어른이 된것 같아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밝은 미소에 순수가 묻어난다. '샹그릴라는 어떤 곳일까?' 문명의 풍족함에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느낀다. 사람을 잇게 하는 사랑이 있는 곳.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이상향이 아닐까? 여기 세상의 오지라 말하는 쿨(Kul)에서 마음의 평안을 느낀다.



▲ 아프라시압 동굴(Afrasiab Cave)


▲ 아프라시압 동굴에서 바라본 전경, 마을 능선 너머 하즈랏 술탄 성산이 보인다




실크로드 흔적. 아프라시압 동굴(Afrasiab Cave)


하즈랏 술탄 산이 보이는 산자락에 올랐다. 커다란 동굴이 있다. 아프라시압 동굴(Afrasiab Cave)이다. 경사가 있어 올라가기 쉽지 않다. 동굴 안은 꽤 넓어 보인다. 입구에서는 멀리 하즈랏 술탄 산의 정상이 보인다. 기원전 8세기 ~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난처나 거주지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종교적 의식의 목적도 있었을 것이다. 고고학적 유물(도자기, 도구 등)을 통해 정착하여 생활했음을 알 수 있다. 실크로드 역사와 고대인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유적이다.


‘어디까지 가는거지?’

눈이 많이 쌓인 길을 거침없이 달린다. 눈이 많이 쌓여있어 바퀴가 미끄러진다. 옆으로는 경사가 있는 낭떠러지이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길론과 쿨 마을을 연결하는 우르타벨 고개를 넘고 있었다. 손잡이를 ‘꽉’ 쥐며 긴장이 된다. 고개에 올라 전망이 확 트인 곳에 멈췄다. 고도가 높아져 쿨 마을과 주변 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를 위한 배려였다.




▲ 하즈랏 술탄 성산(4083m)




하즈랏 술탄이 제일 잘 보이는 곳이다. 차에서 내려 산을 향해 절을 올렸다. 종교는 없다. 인도를 가면 힌두사원을 방문했다. 티베트 카일라스 눈 내리는 고원을 오체 투지하던 여인과 어린 딸을 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마음의 기도를 드렸다. 지금 타지크 마을에서 성스러운 산을 마주하고 있다. 자연에 대한 경외의 마음을 느낀다.


산을 오르는 기점은 쿨 마을이다. 열린 시즌이 되면 3,100m 초원에 베이스캠프가 생긴다. 여기서 산행을 하면 무슬림의 순레지 하즈랏 술탄(4083m)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제라브 산의 웅장한 파노라마를 조망할 수 있다. (5~6 시간, 12km +/- 1000m). 고도가 낮아지며 길란 마을이 보인다. 구불구불 한참을 돌아 내려왔다. 눈길에서 흙길이 이어진다. 이제는 걸어야겠다. 마을의 풍경을 놓치고 싶지 않다. 멈춰진 시간 속으로. 행복은 멈춤에서 시작된다.


글. 사진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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