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립 Aug 02. 2024

알레르기성 결막염에 대하여

새로운 동반자, 알레르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왼쪽 눈이 충혈되고, 부어올랐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갈수록 정도가 심해져서 사람들이 알아보고 괜찮냐고 물어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 주말에 6개월에 한 번 하는 안과 정기 검진이 잡혀 있어서 그때까지 참으려고 했지만, 점차 부어오르는 눈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래서 오늘 연차 휴가를 내고 안과에 다녀왔다. 나의 눈을 들여다본 의사는 이것이 전염성은 없는,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했다. 정확히 어떤 것에 대한 알레르기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눈은 신체의 다른 부분과는 면역체계가 달라, 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파악하려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을 하나하나 눈에 넣어가면서 확인해야 한다. 상상만 해도 정말 고역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알레르기를 일으킨 물질을 찾는다고 해도, 그것은 에어컨 먼지나 꽃가루처럼 눈에 들어가는 것을 일일이 막기 어려운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의사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눈에 들어가지 않게 피하면서 돌아다닐 수는 없을 거라고, 몸소 먼지를 피해 가는 듯한 흉내까지 내며 말했다. 알레르기는 인생의 어떤 시점에 갑자기 발현하곤 한다고 의사는 말했다. 미리 대비하기도 어렵고, 완전히 치료할 수도 없으니 알레르기가 내 인생에 나타났을 때 우리는 "그래, 앞으로 잘 지내보자" 하는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손을 잡고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알레르기처럼 "결정된 것"들을 수용, 또는 체념하며 살아간다. 알레르기 같은 것들이 찾아왔을 때,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하며 슬퍼해봤자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슬퍼서 흘린 눈물이 염증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정말 모른다) 병원에서 안약을 처방해서 넣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이처럼,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고 담담히 참아내는 것이 아마도 최선일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만, 앞으로도 여름철에 이런 부어오르고 충혈된 눈을 마주할 것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어떤 것에 대해 내 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정체 모를 그 물질과 내 눈이 원만한 합의에 이르러서 알레르기와 같은 불상사는 피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작가의 이전글  초거대언어모델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