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 도쿄여행기 4✈️

by 꿈꾸는 momo

국립서양미술관의 컬렉션은 370점에 달하는 마츠카타 컬렉션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마츠카타 컬렉션은 일본 실업가 마츠카타 고지로가 20세기 초 파리에서 수집한 서양미술 작품 약 2,000점으로, 모네·로댕·고흐 등 인상파 중심의 명작들이 포함된다. 세계 2차 대전 후 400여 점의 작품이 프랑스에 압류되었으나 일본이 평화적 반환을 요청했고, 프랑스는 공공 미술관 설립을 약속으로 반환했다. 그 결과 세워진 것이 바로 1959년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이다.



우리가 갔던 날, 국립서양미술관에서는 소장품 외 몇 개의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흐로닝어미술관・국립서양미술관 소장 플랑드르 성인전회화―100년 후의 ‘재회’

오르세미술관 소장 인상파의 실내

이야기하는 검은 선들: 뒤러의「3대 판화집」 목판화

[플랑드르 성인전 회화―100년 후의 재회] 전시에서 재미있었던 것은 적외선 반사촬영(IRR, Infrared Reflectography) 기술을 통해 두 패널 회화의 밑그림(언더드로잉, underdrawing)이 확인되었다는 점이었다. 유화층 밑의 밑그림과 수정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하나였던 작품이 시간과 장소를 넘어 다시 만났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일본의 서양미술 수용과 국제 컬렉션 흐름의 역사적인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뒤러의 『3대 판화집』목판화]에서 검은 선들은 목판에 새긴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 사건의 드라마, 종교적·철학적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매체이다. 선 하나로 인물의 표정, 명암, 질감까지 세세하게 담아낸 작가의 작품들이 마치 회화작품을 보는 듯했다. 성경을 가까이하는 나로서는 뒤러의 작품에 입이 벌어졌는데, 그의 숙련된 기술적 표현뿐만 아니라 성경을 이해한 자신만의 상상력과 해석이 보여서였다. 찾아보니, 뒤러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와 과학적 사고를 북유럽으로 옮긴 예술가라고 하였다. 신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찾으려고 하는 그의 고민이 바탕된 작품이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은 언제 봐도 친근했고, 재미있었다. 오전 내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니 다리가 묵직했다. 허기진 배도 채울 겸 공원에 있던 작은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을 시켰다. 화덕에 구운 피자와 치킨 스테이크, 샐러드를 먹으며 공원의 가을을 바라보는 것은 마치 그림 같은 일이었다. 여행의 현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상파의 화풍과 닮아 있을까.


근처에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아메요코 시장(Ameyoko)이 있어 잠시 들렀다.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것은 퍽이나 재미있었다. 잘 익은 레드 멜론꽂이를 먹으며 돌아다니는 것은 맛있는 추억까지 선사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일정인 도쿄 스카이트리로 고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