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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도쿄여행기 5✈️

by 꿈꾸는 momo

도쿄 스카이트리는 전파 송출용 탑이자 일본에서 가장 높은 인공 구조물로 도쿄의 랜드마크이다. 남산의 서울타워를 생각하면 되겠다. 도쿄 시내를 전망할 수 있는 두 개의 탑층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덴보데크(350m)에서 내렸다가 관람한 후 스카이트리 덴보회랑(450m)으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다시 이용할 수 있다. 덴보데크(350m)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고 두 층을 모두 관람하는 세트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우리는 세트권으로 구입해 두 개의 층을 모두 관람하였다. 마침 '토이스토리' 특별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내일 마감되는 이벤트였다. 덕분에 우린 튜브형태의 유리복도를 걸으며 곳곳에서 토이스토리 캐릭터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아! 캐릭터샵! 우리 둘째가 그렇게도 원했던 '버즈라이트'가 보였다. 한참을 망설였다. 이미 다른 선물들을 구입했고, 한놈만 사 줄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부피가 너무 크다. 미안, 버즈라이트.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아쉬움과 함께 구매 욕망을 우주로 떠나보냈다.


남산 타워가 그렇듯이 랜드마크에 발도장 찍으러 온 인파로 입장줄부터 숨이 막혔다. 아마 남산타워를 자주 가지 않듯, 이곳도 나 스스로 다시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체험학습으로 온 건지, 초등학생들의 단체관람도 많아 보였다. 내 옆에 대기하고 있던 4-5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그냥 웃음이 났다. 아이들의 발랄함은 어디나 똑같구나. "hello! excuse me." 그들은 괜한 쑥스러움에 서로를 밀쳐가며 서양인으로 보이는 여행객들에게 연신 말을 걸었다. 실외 온도보다 급격히 높아진 온도에 얼굴은 붉게 물든 채. 이 아이들은 마지막 기념품 샵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족들에게 줄 선물로 간식이나 굿즈를 구매하는 아이들의 손에는 도쿄 스카이트리가 그려진 쇼핑백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노을이 지는 풍경 속에서 저 멀리, 후지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걸 눈에, 또는 사진에 담기 위해 빽빽이 창가에 붙어 있는 사람들 속에 나도 한 명의 여행자로 서 있었다. 다리가 아팠다. 앉을 데가 없는 게 아쉬웠다. 요금을 내고 포토스폿에서 기념샷을 남기는 사람들도 보였다.


지는 노을 속에 담긴 도쿄의 전경을 보고 얼른 다음 장소로 향했다.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 Leif Ove Andsnes의 피아노 공연이 예매되어 있었다. 이 연주자나 곡에 대한 정보도 없이 Y의 예매의사를 무조건 수용했던 터였지만, 도쿄의 전망을 관람하는 공간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공간이 될 것 같았다. 슈트를 차려입고 오신 노인분들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예술을 즐길 줄 마음과 품격이 남아있기를. 식사할 시간이 없어 편의점에서 구입한 음식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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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는 내 생애 피아노 공연 중 가장 완벽했던 시간이 열린다.


오페라공연장은 그 내부의 건축구조부터 마음을 울렸다. 무대를 둘러싼 계단식 객석 배치뿐만 아니라 천장의 높이와 피라미드 구조가 주는 공간감은 연주 시작부터 음향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기대한 것 이상의 소리였다. 거리에 상관없이 모든 소리가 입체적으로 확산된 느낌. 내 주변에, 내 귀에 소리가 가득 찬 느낌. 객석은 고요했고, 연주자의 손가락은 피아노 위에서 춤을 췄다. 그의 숨소리까지 완벽한 연주였다. 그가 건반을 두드릴 때 해머가 현을 쳤고, 현의 진동이 공간에 울림을 만들었다. 일본공연을 자주 한다는 그가 이 홀을 “extraordinary hall”이라 극찬한 이유는 아마도 공연장의 목재구조가 가지는 소리의 따뜻함과 자연스러운 울림 때문이지 않을까.


Piano Sonata in E Minor, Op. 7 — Edvard Grieg

Carnaval, Op. 9 — Robert Schumann

24 Preludes, Op. 28 — Frédéric Chopin


완벽한 연주였다. 특히 나는 그의 pp (pianissimo) 연주에서 전율을 느꼈다. 숨죽인 그의 여린 소리가 주는 여운은 절제된 긴장과 에너지를 품고 있었다. 여림이 무너지지 않고 나를 간지럽혔다. 소리가 나를 안아주었다. ff (fortissimo)로 연주하는 부분에서는 그의 온몸의 에너지가 건반을 눌렀다. 마지막 음과 함께 허공에 날아오른 그의 손가락, 그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


공연이 끝난 후, 브라보! 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고 그는 세 번의 앙코르곡을 연주했다.


낯선 곳에서의 경험이 또 한 번 나의 세계를 확장한다. 그것이 여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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