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떠나보내는 계절이다.
움텄던 생명의 기대로 살가웠던 봄을 지나
힘차게 싱그럽던 여름을 지나
여물어 단단해졌던 것들을 다 떨어뜨리는 계절.
떨어지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잠시 머무른다.
우리 각자의 생에도 이런 아름다움이 있겠지?
누군가 머물 수 있는 아름다움.
그랬으면 좋겠다.
힘있게 살아낸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을 떨구어내고
쉬는 날이 있을 거다.
홀연히 쉬는 그 순간조차
숭고하고 아름답길.
나는 머무는 가을을 그렇게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