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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유로운 하루를 위해 준비한 아침

작은 준비가 만드는 작은 여유

by 이숨

새벽 5시 30분.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하루를 열어본다. 아이들의 아침과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하루가 시작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빠지기 때문에, 나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준비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래야 비로소 나 자신에게도 아주 작은 여유를 줄 수 있으니까.

아이들 셋을 혼자 키우며 일까지 병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치열하다. 아이들이 깨기 전, 부엌 불을 켜고 따뜻한 아침을 준비한다. 냉장고를 열어 저녁 반찬거리를 꺼내고, 미뤄둔 빨래를 돌려놓는다. 집 안 곳곳을 정리하고 나면, 이내 아이들이 눈을 비비며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나는 이뤄놓은 루틴을 가능하면 흔들리지 않게 유지한다. 그 루틴이 무너지는 순간, 하루 전체가 덜컹거릴 때가 많기 때문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정리해두었던 집은 다시 어질러져 있고, 싱크대에는 설거지가 가득 쌓여 있다. 그래도 아침에 미리 준비해둔 저녁 덕분에, 적어도 아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지켜낼 수 있다. 나에게 있어 ‘여유’란 그런 것이다. 아이들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학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친구와 다투진 않았는지…
그 작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아이들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아침 시간을 포기할 수 없다.

혼자였을 때의 삶은 단순했다.
조금은 느슨했고, 외로움도 종종 찾아왔지만 그래도 내가 나 하나만 챙기면 되는 날들이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일하는 엄마로 살아간다는 건 완전히 다른 에너지를 요구한다.
아이들이 아플까 봐, 속상한 일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도 회사 일에는 다시 집중해야 한다.
마음이 열 군데쯤 찢겨 있는 듯한 하루들.
그 속에서도 아이의 한마디 웃음, 가방 속에서 발견한 짧은 편지는 놀라울 만큼 큰 위로가 된다.

어떤 날은 너무 지쳐서 ‘내일은 조금 늦게 일어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마저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아이들을 챙기고, 출근 준비를 마친 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면 묘하게 대견하다.
힘들지만,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는 마음이 작게 피어난다.

내가 보내는 이 분주한 하루는 아마 나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이 고단한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오늘도, 내일도, 우리처럼 고군분투하는 모든 부모들에게.

당신의 하루는 누군가에게 감동이고,
스스로에게는 충분히 자랑스러울 수 있는 하루라고.

나 역시 그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완벽하지 않지만, 괜찮은 하루들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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