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소중했던 만남
6월 말이면 장마철이 시작될 시기지만, 올해는 장마가 일찍 온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더운 여름이 빨리 찾아온 것인지, 이번 달 내내 30도를 훌쩍 넘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늦은 밤, 방 안은 마치 오븐 속처럼 숨이 막히지만, 에어컨 소음만이 겨우 더위를 가른다. 잠자리에 누워도 온몸이 끈적거려 쉽게 잠들지 못하고,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결국 알람 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5시 30분, 늘 울리는 알람. 그 소리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한다.
잠결에 눈을 비비며 아이들을 깨운다. 아직 졸음이 남아 작은 발걸음에도 투덜거리는 아이들을 부드럽게 달래며, 하루를 시작하도록 분주하게 챙긴다. 그 사이에도 마음은 잠시 멈춘 듯,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계획을 떠올린다. 아침과 저녁 준비를 마치고, 겨우 눈꺼풀을 들어 올려 출근길에 오른다.
출근길 20분. 신호가 맞아 금세 회사에 도착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음은 이미 하루를 시작한다. 여기는 단순 노동을 하는 곳이지만, 체력과 집중력은 필수다. 건강한 체력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하지만, 반복되는 하루의 단조로움과 육체적 피로는 결코 만만치 않다.
공장 안에는 외국인 언니들이 세 분 계신다. 오래 일하신 만큼 손놀림이 빠르고 일에 대한 숙련도가 남다르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때문에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하루하루 함께하며 마음의 장벽은 조금씩 허물어졌다.
내가 이곳에서 일한 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다. 처음에는 일이 익숙지 않아 손끝이 어설펐고, 언니들과 제대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육아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로의 고충을 공감하고, 각자의 나라 음식을 나누며 작은 문화 교류가 이루어졌다. 언니가 한 번씩 가져온 고기 고로케는 어느 가게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었다. 정성스레 빚은 반죽 속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을 때면, 잠시 하루의 피로를 잊게 된다.
처음에는 일적으로만 만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짧은 3개월 동안 자연스럽게 정이 들었다. 함께 웃고, 서로의 작은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이 가까워졌다. 언니가 떠난다는 소식이 내게 다가왔을 때, 마음 한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언니는 두 달 뒤 한국에 온다고 하지만, 다시 공장으로 올지는 알 수 없다. 여기는 계절별로 업무량이 크게 달라 여름이면 주문 물량이 줄어 일이 없는 시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감사함이 남는다. 담당 대리님은 평소 무뚝뚝하시지만, 언니가 떠난다고 언니 나라 언어로 손편지를 전해주셨다. 그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대리님이 전해주신 그 마음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대신해 전해진 것 같았다. 누군가를 대표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지만, 마음을 전하는 데는 조심이 필요 없다. 따뜻함은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다시 느낀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한 언니의 빈자리는 당분간 크게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더 큰 기억으로 남아 내 마음을 채워줄 것이다. 언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사소한 순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마음에 새긴다. 공장에서의 하루, 아이들을 깨워 보내는 순간, 알람 소리에 몸을 일으켜 길을 나서는 순간 모두가 내 삶의 소중한 한 조각이 된다.
때로는 무더위 속에 지치고, 반복되는 하루에 몸과 마음이 피로를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웃음, 손끝에서 느껴지는 음식의 온기,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언니들이 남긴 흔적, 대리님이 전해주신 따뜻한 마음, 그리고 내가 스스로 버텨낸 경험까지. 모든 것이 모여 내 삶을 이루는 소중한 조각이 된다.
오늘도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씩 쌓으며 살아간다. 짧은 인연 속에서도 마음을 나누고, 따뜻함을 느끼며,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기억한다. 언니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내 자신에게도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오늘 하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나 작은 행복을 찾아 나서는 모든 순간이, 결국 참~괜찮은 하루가 되어 나를 채워줄 것임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