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리듬 되찾기:하루 루틴만들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마음도, 일상도, 그리고 삶 전체가 작은 균열이 아니라 큰 틈을 내며 흔들렸다. 그때는 모든 게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무너진 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다만 다시 세우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는 것을. 나는 그 시간을 피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기로 했다.
한꺼번에 일어설 수 없었다. 그래서 아주 작은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는, 하루를 어떻게 살아낼지에 집중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아침, 그 지극히 평범한 순간에서부터 회복을 다시 만들기로 했다.
아침을 차리는 일은 늘 해오던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 방식이 달라졌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화려한 상을 차리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금 대충해도 된다고, 대신 나 자신에게는 단 몇 분의 고요를 선물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는 새벽의 조용한 시간을 나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한 시간 전, 나는 조용히 눈을 뜬다. 찬물로 세수를 하고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시며 몸을 깨운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굳어 있던 근육을 단단하게 풀어낸다. 짧게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 마음에 담을 감사 한 가지를 떠올린다. 처음엔 그저 형식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이 짧은 시간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붙드는 기둥이 되어주었다.
아이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동시에 나 자신을 준비한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먼저 챙기느라 나를 맨 마지막에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내가 무너지면 아이들도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나를 먼저 세우는 일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퇴근 후에도 이 리듬은 이어진다. 저녁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씻고, 잠자리를 챙긴다. 가능한 한 밤 9시 이전에는 모두 불을 끈다. 아이들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날도 있지만, 누워서 쉬는 것만으로도 내일을 견딜 힘이 생긴다고 나는 믿는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휴식의 시간이다.
물론 어떤 날은 이 모든 루틴이 벅차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하는 막연한 불안이 마음을 덮치기도 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이미 내 안에는 나를 지켜주는 작은 질서와 리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흔들릴 때마다 되돌아가 붙잡을 수 있는 삶의 기준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안다. 돈보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마음의 질서라는 걸. 아무리 바빠도 지켜야 하는 루틴은 단순히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걸.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작은 힘들은 거창한 사건이 아닌 이 평범한 반복 속에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도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나는 나를 깨운다.
기도하고, 감사하고, 따뜻한 말을 나 자신에게 건네며 하루를 연다.
이 단단한 리듬이 흔들렸던 나를 다시 세우고 있다.
나는 그렇게, 다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내일도 그렇게 살아낼 것이다.
조금씩, 하지만 꾸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