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내보는것이 기적이다.
기적이란 게 정말 있을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행운이나,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드라마틱한 순간 같은 것을 말하는 걸까. 예전의 나는 그렇게만 믿었다. 기적이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나와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느낀다. 어쩌면 하루를 끝까지 살아낸다는 것, 그 단순하고도 어려운 일을 해내는 것 역시 기적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한 번 크게 무너진 적이 있다. 마음도 삶도 동시에 금이 가듯 흔들렸다. 빚은 삶의 기반을 흔들었고, 세 아이를 혼자 맡아 키우는 일은 끝없는 마라톤 같았다. ‘내일은 괜찮아질까.’ 그 질문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떠올랐고, 때로는 답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서 멈춰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누군가의 엄마였고, 누군가의 보호자였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포기할 수 없었다. 버티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자 생존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을 시작했다. 몸으로 버틸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손끝으로 붙잡을 수 있고, 오늘 일한 만큼의 돈이 손에 잡히는 일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첫 출근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기계가 돌아가는 굉음이 낯설었고, 작업대 앞에 선 내 손끝은 계속 떨렸다.
그때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
이 짧은 한마디가 이상하게도 가슴을 울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괜찮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살았던 걸까. 나는 어쩌면 그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그 말에 기대고 싶어서 버텨왔는지도 모르겠다.
퇴근길, 흐릿한 창문에 비치는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나는 혼잣말했다.
“오늘도 잘 버텼다.”
그 평범한 문장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남들이 보기에 아무 의미 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듯했다. ‘그래, 잘했다. 이 하루도 살아냈다.’ 그런 작은 인정 하나가 다음 날 아침을 버텨내는 힘이 되었다.
기적은 그런 것이었다.
세상이 나를 외면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아이들이 혼자 숙제를 해내고,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잠시 미소가 지어지고, 주말에 아이들과 테이블 앞에서 밥을 먹으며 깔깔 웃을 수 있는 순간들. 그 모든 게 기적이었다.
이 책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진실을 담고 있는 기록이다.
삶은 거창하지 않다.
우리가 바라는 건 커다란 성공도, 지속되는 행복도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다시 살아낼 힘’, 그것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 자신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면, 그게 바로 기적이야.”
기적은 멀리 있지 않았다.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조용히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그 평범한 순간 속에 있었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려는 마음, 흔들려도 끝까지 버티려는 의지, 거창하지 않은 작은 반복들.
기적은, 하루를 살아내는 일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