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아타카마! 그러나...

반짝반짝 빛나는 길, #4 San pedro de Atacama

by 일로나

5일 만이었다. 살타에서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도 버스는 출발했고 버스 직원들의 배려로 1층의 좀 더 넓은 좌석에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친해져서 인지 아니면 내가 측은해 보였는지 2층 좌석 값으로 1층에 자리를 주었다. 감사히도.) 반은 침대 같은 1층 좌석은 정말 편했다. 새벽에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보니 아침이었다. 칠레 국경으로 가는 길도 예뻤다. 신기한 바위들도(패키지 투어 갔을 때 봤던) 많았고, 황량한 들판의 키 큰 선인장들도 보였다. 구비구비 굽은 산길을 넘고 또 넘어서 한참을 달렸다. 만약 2층에 탔더라면 멀미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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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열린 국경이어서 그런지 국경 근처에 다다랐을 때 벌써 차들이 즐비했다. 줄이 끝없이 길었는데, 버스는 무슨 우선권이 있는지 별도의 공간에서 비교적 빠르게 차례가 되어 들어갔다. 짐 검사를 아주아주 철저하게 할 것이라고, 농산물이나 식품 반입은 안되니까 미리 버리던지 먹으라고 버스 승무원이 몇 번이나 말했다. 걸리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니까. 난 사과가 두 개 있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아주 부지런히 먹었다. 그렇게 우리 버스 차례가 되어 모두 내려서(귀중품만 들고 내리면 된다.) 입국 심사를 받으러 줄줄이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갔다. 아르헨티나에서 먼저 출국 수속을 하고 바로 옆으로 가서 칠레 입국 수속을 하면 되었다. 그렇게 출입국 수속의 긴 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여자 경찰이 내 앞으로 불쑥 나타났다. 그러면서 내 앞에 종이와 아보카도 3알을 보였다. 헉! 아보카도! 내 가방에 아보카도가 있었다... 며칠 전에 마트에서 너무나 맛있어 보여서 5개를 샀는데, 2개는 먹고 더 먹을 시간이 없어서 배낭 어느 구석에다 쑤쎠넣어 뒀던 것이었다. 나도 잊고 있었던(사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아타카마 가서 지인이랑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것을 꺼내 내 눈앞에 들이밀고, 이런 게 있으면 벌금 내야 한다고 고지된 종이까지 들이밀면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벌금을 낼 것이냐고 물었다. 나는 진심으로 놀라며 난 있는 줄 몰랐다, 미안하다며 법은 알고 있었다 등 입에서 나오는 대로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그럼 이거 버려도 되느냐고 했다. 당연히 버리겠다고 했더니 그럼 됐다며 그들이 압수해 갔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거 들고 칠레로 들어오면 안 된다며 따끔히 충고를 했다. 처음이니 봐주는 거라는 식으로... 휴~ 그래도 너무 다행이었다. 조금의 인정이라도 통하다니.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진짜 놀라운 것은 어떻게 그 짐스러운 배낭이 내 것인지와 또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어떻게 나를 바로 찾아냈는지... 정말 놀라운 검색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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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랍게도 오후 6시쯤에 딱 아타카마 터미널에 도착했다. 남미에서 이렇게 제시간에 도착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배낭을 찾아 메고 몇 걸음 걸었는데 어디선가 흙먼지 바람이 회오리처럼 불어닥쳤다. 아타카마의 첫인상은 황토색과 흙먼지 바람이었다. 불어닥치는 바람을 뚫고 아타카마에서 만나기로 한 A가 머물고 있다는 호스텔로 갔다. 그런데 A는 투어를 갔는지 나가고 없고 그 호스텔엔 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호스텔로 방을 구하러 아니 정확히 침대를 구하러 다녔는데 몇몇 호스텔을 거쳐(거의 호스텔들이 가까이에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았다.) 빈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분위기도 거의 다 비슷비슷했고 날씨도 좋지 않아 그냥 빈 침대가 있다기에 머물기로 했다. 별로 튼튼해 보이지 않는 2층 침대의 2층이라 마음에 안 들었지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런데 침대에 짐을 놓고 차를 한잔 마시려고 부엌에 가서 주전자에 물을 올려놓고 한숨 돌리려 하는데 비가, 정말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예고도 없이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말 그대로 물을 들이부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배수로가 없어서 그 빗물들이 마당에 가득 차더니 방으로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부엌은 조금 높은 곳에 있어서 괜찮은데 방들에는 속수무책으로 물들이 들어찼다. 저걸 어쩌나 하고 있는데, 호스텔의 여자 직원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물을 막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나는 주인을 부르라고, 사람들을 더 부르라고 했더니, 그 여자는 주인은 여기 신경을 안 쓴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호스텔 주인은 주변에 여러 개의 호스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옮긴 호스텔에서 그 주인을 만나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여자는 바가지를 가지고 와서 물을 퍼내기 시작했다. 나도 보고 있을 수만 없어서 주방에서 바가지를 찾아 같이 물을 퍼내고 막기도 했다. 그렇게 둘이서 흠뻑 젖을 정도가 되자 숙소의 손님들의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자마자 경악의 함성을 질러댔고 한참 동안 이성을 못 찾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바가지든 삽이든 아니며 빗자루라도 들고 물을 퍼내는데 동참했다. 어떤 남자들은 삽으로 마당에서 물이 나갈 수 있게 임시 수로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퍼붓던 비는 뚝하고 그쳤다. 비가 그쳐도 방에 물이 고여있어서 그 뒤로도 한참을 모두 합심해서 방방마다 물을 다 퍼냈다. 작업이 끝나고 모두 서로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이 믿지 못할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며 친해졌다. 거기 한국인도 한 명 있어서 친하게 되었는데 나보고 대단하다며, 내가 물을 퍼내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무도 안 했을 거라고 했다.

"아니에요. 내가 시작 안 했더라도 누군가는 저 연약하고 측은한 아타카마 여자를 도와주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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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완전히 그친 것 같아 그 친구와 저녁 먹을 겸 나왔다가 A가 있는 호스텔에도 들러 보았다. 다행히도 상봉할 수 있어서 셋이서 카페로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길이 모두 강이다. 어두워져서야 전기도 다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길에는 불빛 한점 없이 암흑이었다.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데 우리 앞에 차가 한대 섰다. 택시였다. 택시기사가 우리를 유혹했지만, A가 두 블록만 가면 된다고 해서 우린 유혹을 물리치려 했다. 돈이 없어서 택시를 못 탄다고 했더니 공짜로 태워주겠다고 한다. 진짜로? 응, 진짜로. 고맙게도 그 기사의 배려로 택시를 타고 모퉁이를 돌아 내렸더니 A가 말한 카페가 바로 있었다. 그러나 카페도 전기가 나가서 전부 촛불을 켜놓고 있어서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배도 고팠고 추웠고 뭔가 따뜻한 것을 먹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우린 들어가 자리를 잡고 초를 더 켜 달라고 부탁했다. 어두컴컴한 그 카페가 촛불 덕분에 엄청 분위기 있는 곳처럼 느껴졌다. 그 어두컴컴한 곳에서 우린 따뜻한 수프를 먹고 피스코 샤워(?)를 마시고 테킬라도 마시고 맥주까지 마시며 늦게까지 요 며칠간 우리에게 있었던 기이한 일들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를 했다.


남미에서 폭설과 폭우를 며칠 간격으로 겪다니 정말 믿지 못할 이야기이다. 그 누가 남미에서 폭설을 만나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폭우는 뭐 가끔 있는 일이니까, 그런데 여긴 사막이지 않는가. 사막 근처에서 폭우라니... 이상기온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남미는 알 수 없는 대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을 맞닥뜨린 당시에는 화나고 짜증 났지만 지나고 난 뒤에는 특별한 경험이 된다. 그러나 배낭여행을 하면 할수록 특별한 경험보다는 그저 평탄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집 떠나온 지 이제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벌써 지친다.


내일은 특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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