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아이의 삶
요약 문장:
우리는 누군가 정해 놓은 기준에 들지 못할 때, 번번이 문 앞에 세워졌다. 수인이 일처럼 대놓고 문을 안 열어주는 것은 물론, 끝없이 나를 증명해 보이라는 요구를 들었다. 예를 들어 출신이나 가난 같은 것 말이다.
알잖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오랜 세월, 세상에 일어났던 일들만 봐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잖아. 오히려 오늘 하루 별일 없는 일상을 살아냈다는 게 더 놀라운 거지! 냉정하고 야속한 말 같지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냐고, 그게 왜 하필 나였냐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하자.
우리는 선택한 적 없는 삶의 조건 속에 태어나 살아간다. 벌어진 일에는 이유가 없을 때가 많고, 그럼에도 우리는 그 의미조차 스스로 만들었다. 불합리한 순간 앞에서, 그게 왜 하필 나인가를 묻기보다 이 일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는가를 물을 수 있다면, 삶은 비로소 수동이 아닌 능동적 이해의 여정으로 바뀔 수 있었다.
그날도 수인이는 제일 먼저 교실에 도착했다. 햇살이 비춘 듯 환한 얼굴에 유독 볼이 발그레한 열 살 소녀였다. 평소, 귀엽고 작은 입에서 욕을 섞은 노인의 말투가 불쑥 튀어나와 나를 놀라게 하던 수인이는 할머니와 둘이 산다고 했다.
"선생님, 글쎄요. 며칠 전에 말이에요. 제가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서 아침부터 준비하고요. 선물도 포장해서 걔네 집에 갔거든요? 제가 벨을 눌렀는데요. 글쎄 그 친구 가요, 인터폰 있잖아요? 그걸로 저는 초대장을 못 받았기 때문에 못 들어온다는 거예요!"
수인이는 나를 보자마자 꼭 얹힌 것을 쏟아놓듯 말을 토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래서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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