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문장:
효율과 성취의 이름으로 매 순간을 쫓기듯 사는 세상에서 아이의 삶은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가고 있었다.
현대의 가족은 생존과 효율을 위해 기능적으로 진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돌봄은 의무나 역할의 방편이 됐다.
밥을 차리고 마주 앉아 대화를 건넨 뒤 다음 말을 기다리는 일처럼, 사소한 일상의 행위들이 축소되면서 우린 정서적 단절의 시대를 맞고 있다. 어른은 생계를 잇는 일로, 아이는 어른들이 짜 놓은 일정으로 채워진 하루를 각자 살았다. 그 결과 아이의 삶은 더 이상 해맑은 유년의 공간이 아니라, 고단한 어른 삶의 축소판이 되고 있었다.
교문을 벗어난 아이들이 제일 먼저 달려간 곳은 학교 앞 편의점이다. 내가 교실 뒷정리를 마치고 나왔을 때, 편의점 풍경은 흡사 재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내가 아는 배고픈 아이는 거기 다 있었다.
좁은 편의점 안을 가득 메운 아이들은 계산대를 중심으로 만세 하듯 두 팔을 들고 있었다. 한 손엔 먹거리를, 다른 손엔 돈이나 카드를 들고 “이거요!”를 외쳤다. 아이들 표정은 간절했다. 계산을 마쳐야 허기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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