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4
해지는 노을을 따라 어둑한 그림자만 스산한 바람에 늘어집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이 와있을까요
나는 저 멀리 이름 모를리 없는 높은 산 같은 삶은 바라지 않습니다
험한 산세에 외롭고 무서우니까요
나는 이름도 없는 동산으로 남아 살아가고 싶습니다
엄마는 뒤뚱거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오고
늙은이는 지팡이에 기대서 오름직한 언덕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대는 오지 않을테지만
그대는 오지 못할테지만
그래서 우연히라도 그대가 딛어볼 동산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