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계속 퇴사를 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2016년 지금처럼 무더운 여름, 나는 첫 회사에 입사를 했다. 처음 본 면접에 덜컥 붙어버린 나의 첫 회사는 온라인 마케팅을 하는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는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참 열심히 회사를 다녔다. 입사 첫날, 좋은 말을 해주던 대표님과 나를 챙겨주던 상사분까지.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다닐 때, 어떤 기준을 두고 다녀야 할까? 나는 항상 같이 일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힘들 순간이 올 때, 혼자가 아니라 같이 힘낼 수 있는 동료가 있는 곳이 좋았다. 그래서 더더욱 스타트업을 찾아서 다녔고, 운이 좋게도 항상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다. 물론, 광고주는 광고주였다...
그렇다면, 나는 첫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있을까? 아니다. 좋은 사람이 많다고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1년을 딱 채우고, 연봉을 꽤나 많이 올려준다는 대표의 제안을 뒤로하고, 미련 없이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미련 없이 퇴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였을까? 그때는 그냥 막연하게 대표의 경영 마인드가 나와 많이 달랐고, 가고 싶었던 회사의 채용공고가 떴으니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이유들이 아니었을지도.
2017년이 되었고, 나는 두 번째 회사로 이직을 하였다. 오래전부터 다니고 싶었던 자유로운 스타트업. 힘들게 입사를 하고, 오랫동안 원하던 회사였기에 더욱 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좋은 회사였다. 힘들 때 같이 응원해주는 동료와 나의 능력을 믿어주는 대표님까지.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사람 좋은' 회사였다.
그렇지만 나는 또 퇴사를 결심했다. 사람이 좋다고 좋은 회사는 아니었다. 다시 똑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회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나는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무도 나에게 "너는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해?"라고 물어보지 않았다. 단지, '좋은 회사는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야.', '연차를 자유롭게 쓰는 회사야.', '일이 편한 회사야.'라고 말하기만 했을 뿐이지.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어 하면서 좋은 회사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니. 이제야 내가 계속 퇴사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회사는 없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조건이 남에게는 좋은 조건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나만의 좋은 회사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회사의 조건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는 나의 성장을 중요시 생각했다. 일을 할 때도 나의 능력을 인정받았을 때가 가장 뿌듯하고, 일을 잘하기 위해서 나는 꽤나 노력을 한다. 나의 능력을 인정받아 좋은 결과가 나온 일이라면 야근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평소에는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나의 이런 패턴들이 제 3자의 눈으로 보려고 하니,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나는 성장하고 싶어 하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구나.
이런 나에게 좋은 회사는 내가 일이 힘들다고 일을 도와주는 동료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상사가 있는 회사였다. 이렇게 나에 대해 알게 되니까 내가 힘든 이유를 알게 되고, 회사를 선택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