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아버지가 되어가는 6년 차 아빠 육아 이야기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녹색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본 필자 앞에 20대의 건장한 두 남자가 있었다.
둘의 대화를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지만 둘의 목소리가 주변 사람에게까지 다 들릴 정도로 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귀에 들려왔다. 그 대화 주제는 바로 '아버지'였다. 그래서 아빠인 본 필자의 귀에 더 잘 들렸을 수도 있다.
'형, 아빠는 최악이야.'
'응, 진짜 최악이더라.'
'그런데 형도 아빠랑 비슷한 것 같아.'
'내가 그래도 아빠보다 낫지 않아?'
'아빠보다는 나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
20대의 건장한 두 남자는 바로 형제였다. 형과 동생이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던 것이었다. 대화 내용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씁쓸했다.
언젠가 나도 저런 취급을 받을 날이 올까?
아직은 그래도 괜찮다.
오늘 아침만 해도 우리 아들은 아빠가 대단하다고 말해주었다.
'아빠는 정말 완벽한 것 같아.'
등원 준비를 하며 집 안 곳곳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첫째가 본 필자에게 해주던 칭찬이었다. 그러면서 본 필자가 정리하는 것을 함께 도와주었다.
얼마 전에는 아들과 함께 둘이서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에서 돌아오면서 본 필자에게 해주던 말이 본 필자의 그동안의 피곤과 고단함을 싹 녹여주었다.
'역시, 아빠랑 같이 가면 재미있는 게 많다니까'
이랬던 아들이 20대가 되면 그 형제처럼 변할 수도 생각하니 너무나 아찔하였다. 물론, 아들이 자연스럽게 저렇게 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형제도 20년 전에는 아빠가 슈퍼맨이고 우주며 이 세상 모든 것이었을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아버지의 잘못이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
특히 그 형제의 아버지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지 않아서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통해, 영화를 통해, 라디오 사연을 통해, 우리 주변의 삶의 모습을 통해 거의 대부분의 아버지들 사이에 비슷한 점이 있다고 유추해 볼 수는 있다. 본 필자 또한 작년까지 그랬었으니까
처음에는 보다 나은 가정의 행복을 위해서, 보다 나은 가정의 형편을 위해서 직장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다.→ 일을 하다 보니 일에 잡아먹힌다.→점점 자녀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진다.→자녀들과 거리가 멀어진다.
작년에 본 필자도 아차 싶었다. 처음에는 분명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해왔었는데 어느 순간 본 필자의 모습을 바라보니 일에 잡아 먹혀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내와 아들 그리고 갓 태어난 딸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버텨내고 있었다. 본 필자는 본인의 삶에 너무 지쳐서 아들에게 짜증만 내고 있었다. 정말 아차 싶었다. 그래서 육아휴직으로 1년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에 전념하기로 하였다.
어느덧 그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내년에 다시 복직을 하게 된다. 앞으로 퇴직하는 날까지 일과 가정 사이에 철저한 균형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일과 가정 사이에 균형을 이루기란 줄타기 장인이 줄 타는 것처럼 엄청난 에너지를 요한다. 여기에 에너지를 많이 쏟을 예정이다. 혹시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오히려 가족 쪽으로 더 치우쳐야 한다.
'우리 아들, 딸이 어른이 되었을 때 우리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셨어'
이 말 한 마디면 내 모든 삶이 보상받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