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료 07
글을 쓰지 못 한지도 몇 달이 지났다.
고작 이 정도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게는 버거운 일인 것이겠지.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을 하는 그 시간이 아깝고 귀찮다는 건, 나에게 좋은 일이 된 것일까 아니면 안 좋은 일이 된 걸까. 잘 모르겠다.
그전에는 머릿속이 너무 시끄러워서 오히려 아무런 글을 쓰지 못했었다. 쏟아내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무엇부터 풀어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글을 쓰지 못했다면.
나름 심각한 상태라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 지 몇 달, 지금은 꽤나 머릿속이 조용해졌다. 무슨 글을 써야 하지?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곧 귀찮아지는 것.
엄청나게 바쁘게 지내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라 주어진 일을 하고 나면, 몇 달째 일을 못 구해서 백수로 지내고 있는 남편과 놀러(?) 간다.
함께 새로 배우기 시작한 취미로 하루의 반을 쓰고, 일과 집안일로 하루의 반을 쓰고 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하루가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정도.
집도 절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딱 맞는 우리 집 형편에, 수입이라고는 내가 하는 소소한 아르바이트 정도 수준의 재택근무 수입이 전부이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취업이 잘 되지 않으니 미래를 위한 준비라던가 계획이라던가 하는 것은 전혀 없이, 그저 같은 자리에서 빙빙 돌며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딱 주어진 일만 하고 열심히 같이 취미생활을 하러 다니는 나도 만만치 않다. 문득문득 이래도 되는 걸까 싶다가도, 아님 뭐 어떻게 할 건데 싶기도 하다.
마음 급하다고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에너지만 축내는 것은 이미 충분히 해봤다. 그러다가 이지경이 된 것 아닐까. 그러니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지.
그의 일은 내가 간섭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의사는 나에게 충전이 필요하다 그랬다. 충전을 해야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는 것이라고.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은 좀처럼 따라주지 않아서 여전히 조급해지곤 하지만, 그래도 그 말을 믿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놀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