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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확신하는 것 하나 : 친구들

by 해센스

확신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확신보다 정확한 것은 그나마 잘 돌아가는 것, 그나마 편안하게 느끼는 것이 정확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확신은 친구들이다.


반대로 말하면 요즘 인생에 열정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고 있는 분야 하나를 빼면 그것만 잘 돌아가는 것 같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존경한다고 자신 있게 느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 곧 친구들.


힘든 일이 있다고 친구들에게 모두 다 털어놓으면 모든 게 괜찮아지진 않겠지만, 어쩌면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초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불행들이 다시 그냥 인생이 다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일들로 그렇게 지나가는데, 묵묵히 내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 덕에 그냥 불행도 결국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사실 불행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실수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불행은 닥치는 것이지만 실수는 이미 불행을 내포한 것이다. 설레지 않는 일을 시작한 것, 그리고 그 일을 그만두지 못한 것, 확신이 없고 오히려 아니다 싶은 결정을 너무 섣불리 내린 것, 그 결정을 재빨리 무를 용기를 내지 못한 것, 잠깐의 고통이 두려워 더 큰 고통을 견디며 시간을 끄는 것 모두.


내가 좋아하고 우리에게 도움이 됐던 것을 계속 시도해 보라고 부추겼던 친구, 내가 시작하면 함께 해준다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친구. 내가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을 때 그건 아니라고 다른 결정을 내려야 된다고 이야기해 주는 친구. 늘 도움이 되는 일을 먼저 하고 있어서 같이 따라서 하기만 해도 무기력과 권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주는 친구. 내 어쩌면 못난 모습도 순수하게 바라봐주고 내가 가는 길을 평가하지 않고 응원해 주는 친구.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같은 관심사들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행운.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가 서로를 괜찮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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