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집은 냉면만 맛있으면 되지만
앞으로 쓸 빗맞아도 삼십 년 시리즈 중엔 백 년 이상 된 식당도 있는데 여기 옥천냉면황해식당은 1952년부터 시작했다고 하니 2021년 현시점으로 보면 69년 된 식당인 셈이다. 만약 원래 식당이 그대로 존치되어 있다면 양평의 명소였을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있던 식당 자리는 정비사업으로 철거되었다고 하니 근처에 원조라는 간판을 두고 영업하는 옥천냉면 전문점들은 모두 가짜라고 보면 될까? 옥천점과 아신점 두 업장을 운영한다고 하니 두 곳을 빼면 모두 짭퉁이라고 보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 전 다른 곳에 다녀왔는데 역시 후회스러웠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옥천냉면황해식당의 메뉴는 아주 단출하다. 냉면집이니 물냉면과 비빔냉면 두 가지가 메인이고 역시 물냉면을 먹어봐야 옥천냉면이 왜 유명한지 알 수 있다. 완자와 편육은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아주 독특함이 있으니 냉면만 먹고 올 일은 아니다.
이 때는 완자+편육 메뉴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다음번에 갔을 땐 완자만 주문해서 먹었다. 편육 역시 흔히 먹던 것과는 다른데 수육이라고 하기엔 마른 편이다. 완자는 전라도 광주 송정에서나 먹을 수 있는 떡갈비 수준의 음식으로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요리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옥천냉면은 육수도 기가 막히지만 독특한 면발의 식감이 뇌리에 콱 박혀버리게 만드는 수준이다. 가격표를 보며 느꼈던 압박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만다. 딱히 조미가 되지 않은 육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한순간에 북한 음식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만드는 단순하고 강렬한 맛에서 옥천냉면의 유명세를 가늠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