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군산을 여행하는 또 하나의 시선

여행의 트렌드를 바꾸다. 박대를 찾아서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가는지, 어떤 주제로 가는지에 따라 여행은 그 괘를 달리한다. 이번 여행은 전라북도 군산. 서울에서 3시간여가 걸리는 곳. 이 먼 곳을 떠날 때는 명료한 목적이 있는 것이 좋을 듯했다.     



 이번 여행에 동반한 이들은 셰프들. 그리고 그들의 직업에 맞게 먹거리를 찾아 떠났다. 그중 선택된 아이템은 박대. 박대는 일반인들은 잘 듣도 보도 못한 생선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단지 우리는 군산에 박대가 유명하다는 소문만을 듣고 1박 2일의 군산 여행을 떠났다.     

 


박대를 주제로 한 1박 2일 군산 여행


박대


 아침 11시쯤 군산을 도착했다. 다행히도 이번 여행의 시작점에서 <박대>로 박사논문을 쓰신 교수님 한 분을 초빙해 박대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박대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넙치처럼 넓적하게 생긴 박대는 군산에서도 생산되고 있지만, 유럽이나 아프리카, 프랑스 등에서도 많이 어획되고 소비된다 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이 생선이 이곳에서는 무척 흔했다. 사실 지역을 여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서 주력인 식재료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군산 박대의 맛이 점점 궁금해졌다.      




 잠깐의 강의가 끝나고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오감을 통해 느껴보고 싶었다. <황금 박대정식>이라는 메뉴가 있는 아리랑 식당.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해산물로 이루어진 한상을 받을 수 있었다.     




 메인 요리는 박대 조림과 박대 생선구이였다. 박대의 진짜 느낌을 알기 위해서는 구이를 먹어봐야 했다. 맛은 가자미랑 비슷했다. 약간 말려 구운듯한 구이를 한입 베어 물자 쫄깃한 식감이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여러 가지 조리법이 있을 듯했지만 술안주로 좋을 듯했다. 갑자기 예전 종로에 있던 피맛골이 생각났다. 90년에서 2000년대 초반 피맛골에는 고갈비집이 한창 성행했다. 당시 고갈비 한 접시에 막걸리를 먹기 위해 주말엔 엄청나게 줄을 서곤 했다. 맨 처음 고갈비를 먹으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나는 고갈비가 육류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골목을 들어서자 생선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냄새는 급격한 시장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때 친구가 소매를 끌고 들어간 곳이 바로 고갈비 집. 입구에 들어서자 넓은 석쇠에 고갈비가 무지막지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조금을 기다리자 주인 할머니가 던지듯이 접시를 내려놓고 갔다. 무슨 이런 서비스가 다 있누라는 생각을 하며 살 한 점을 발라먹자 짭쪼름하고 고소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그리고 한잔 하는 막걸리. 그 맛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에 반해 박대는 개인적으로 소주보다 청하나 사케와 함께 먹으면 좋을 듯했다. 그 찰진 맛과 어울리는 술은 고즈넉한 술이 어울릴 듯했다.      

 박대 조림도 맛있었다. 조림 요리는 양념과 같이 들어가는 시래기 등이 한몫을 한다. 이곳 조림은 고사리가 들어갔다. 고사리의 살짝 덜 퍼진 식감이 아삭아삭해 박대와 잘 어울렸다. 양념도 꽤나 맛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같이 나온 수육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군산 시내를 방문한다면 이것들을 주목하라


식사가 끝나고는 군산 시내를 돌아보았다. 군산은 여러모로 유명하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초원사진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영화 타짜에서 고니네 가족이 운영하는 짜장면집이 있고, 고니(조승우)가 편 경장(백윤식)에게 화투를 배우던 일본식 가옥도 있는 곳이다.

또 군산은 일본식 가옥들과 철도가 많이 남아있다. 거기엔 역사적 아픔이 존재하는데 바로 일제 강점기 물자를 수탈해가는 통로였기 때문이다. 군산항이 위치하고 있어 더욱 그러하였으리라. 그래서 군산은 일본적 냄새가 많이 풍긴다.




8월의 크리스마스 <초원사진관>


초원 사진관은 기념사진을 촬영하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을 찍는 이들이 붐비니 사진관은 그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한석규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때 텅 빈 운동장에 남아있길 좋아했다. 그곳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생각하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모든 것들은 사라져 간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초원 사진관은 이제 영화 촬영지로서의 역할은 다했지만, 사람들의 사진 속에 기억 속에 추억 속에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리도 언젠가는 이렇게 다시 태어나겠지.



신흥동 일본식 가옥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다. 일제 강점기 군산의 부유층들이 거주했던 곳이다. 원래 이름은 히로쓰 가옥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1925년 지었던 히로쓰 게이 샤브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집은 고즈넉했다. 일본식 가옥들은 단조로운 색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약간 무겁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연과 잘 어울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군산은 이런 형태와 색감을 가진 건물들이 많았다. 그래서 도시 전체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품고 있었다.




일본식 사찰 <동국사>


 절도 마찬가지이다. 일본식 절. 군산 동국사 대웅전은 일본 사찰 건축 양식을 따라 지어졌다. 고요했다. 물리적인 고요가 아니었다. 관광객들의 시끄러운 웅성거림 속에서도 건물 스스로가 품어내는 고요함이 존재했다. 건물이 가지고 있는 기운 그리고 분위기는 분명히 존재한다. 동국사는 현재 일본식 사찰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과거의 악연을 떠나 이러한 보존은 매우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의 후손들도 역사를 기억하지 않겠는가




새만금 수산시장과 바다


 이렇게 군산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해가 뉘엿뉘엿해진다. 석양을 보기에는 바닷가가 제격이다. 저녁도 먹을 겸 새만금 종합 수산시장을 방문했다. 수산시장 앞에서는 기가 막힌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더러 낚시를 하는 관광객도 있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해풍에 밀려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그리고 노을이 드라마틱했다.





 저녁은 박대탕과 박대 구이를 먹었다. 박대는 기름기가 많은 생선이 아니기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듯했다. 시원한 박대탕과 구이, 회 몇 점 그리고 소주 한잔으로 하루의 여정을 마감했다.



수산 경매 현장을 가다


 이튿날 새벽에 일어난 우리는 수산 경매 현장을 찾아갔다. 해망동 위판장에서는 아침에 잡아온 수산물들의 경매에 중도매인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살면서 관련 업종에 일하지 않는다면 언제 수산물 경매 현장을 볼 수 있겠는가.





 당일 잡은 수산물들이 그득했다. 이윽고 시간이 지나고 경매사는 상품들을 경매에 붙이기 시작했다. 중도매 상인들은 옷 속 혹은 모자 속에서 분주히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외부인들은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암호와 수신호로 그들은 경매를 진행했다. 줄지어 서있는 중도매인들과 나이 든 경매사, 그리고 기다란 막대기로 상품을 지명하는 이까지 경매 현장은 볼거리가 넘쳤다. 경매 현장 견학은 사전에 협조를 받은 사항이긴 하지만 초상권 때문에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눈으로 담아온 현장의 소리를 이렇게 글로 남긴다. 경매 낙찰된 상품들은 시장으로, 또 식당으로 그렇게 배분될 것이다.



빵의 역사 <이성당>



 다음으로 찾은 곳은 그 유명한 <이성당> 빵집. 빵집이 왜 그렇게 유명할까. 빵집이 그냥 빵집이지 하지만 빵을 한점 베어 문 순간 그 의문은 모두 사라졌다. 1945년부터 왜 오랫동안 이 빵집이 유지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특히 고로케과 앙금빵이 맛있다. 왜 맛있는지는 직접 와서 먹어보면 그 의문이 해소될 것이다. 거기다 아메리카노가 맛있는 것은 덤이다.



해망동 수산물센터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해망동 수산물 센터였다. 아침에 경매로 본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줄지어 놓여 있는 생선들이 꽤나 볼거리, 찍을 거리, 살 거리가 되었다. 우리는 이곳을 돌며 여러 식재료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한 셰프는 노란 가오리를 구매하기도 했다. 노란 가오리가 가오리중에선 제일 맛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며 그렇게 1박 2일의 과정을 종료하였다.





 처음 온 군산의 모습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고즈넉하다'이다. 게다가 전라북도의 특성상 음식들이 맛있다. 이번 여행은 <박대>라는 생선을 중심으로 코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식도락과 여행이 잘 결합된 멋진 여행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시내 안에 볼거리가 다 있다는 점이다. 걸어서 대략 3~4시간 정도면 이 멋진 곳들을 다 돌 수 있다.


만약 다음에 다시 군산을 온다면 일본식 가옥을 중심으로 한 여행을 다시 와보고 싶다. 일본식 튀김집을 방문하고 일본식 가옥을 느끼고, 야경을 즐기고 싶다. 아 그리고 이성당엔 또 방문하여 빵을 사 먹을 것이다. <끝>




Thanks to BEUT, FAMNET & chef

매거진의 이전글 100년이 넘은 거리를 발견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