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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ndmer Jul 07. 2024

반도체 투자의 원칙

성공적인 반도체 투자로 이끄는 산업의 이해와 투자 포인트


[ 글을 시작하기 전에 ]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이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이들 기술은 결코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기존 산업으로 흘러들어 가 물류 시스템을 통째로 뒤바꾸거나 인력을 대체한다. 


연구개발자만 할 수 있었던 신약 개발과 의사만 할 수 있었던 질병 진단까지도 스스로 수행한다. 


빅 데이터는 기존에 존재하던 마케팅 전략 대신 데이터에 근거한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낸다. 


지율주행 산업이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그전까지 별개로 인식되던 자동차 산업, 인공지능 산업, 반도체 산업, 배터리 산업, 디스플레이 산업이 모두 융합되는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능에서는 자동차가 단순히 운전만 대신하지 않고 주행 내내 주변 상황을 인지하고 해석한다. 


이와 동시에 탑승자는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와 각종 첨단 기능을 활용해 시간을 소비할 수 있다. 


테슬라의 몸값이 높은 이유도 이 같은 융합에 있다. 이처럼 기존 산업에 융합되면 그 규모와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테고, 과거 원자재 관련 사업보다 거대한 산업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조선 시대 사람들이 지금의 대도시를 상상하기 어려웠듯, 4차 산업혁명 시대 또한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아직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온전히 다 누리고 있는 세상은 아직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전을 보면 점점 상상 속의 생각들이 구체화되고 실체화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볼 때에 아직 4차 산업혁명은 초입에 있다고 보인다. 


그리고 그 변화의 흐름은 근간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반도체는 어떤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지 기술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Ⅰ. 반도체 산업만의 특별한 사이클


반도체 산업은 B2B 비즈니스로 돌아간다. 반도체를 사 가는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반도체는 기업의 영업환경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판매량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반도체를 사 가는 기업들은 대체로 경기에 민감하며 그 결과 반도체는 경기의 영향을 받아 잘 팔리는 시기와 그렇지 못한 시기가 구분된다. 


더욱이 경기뿐 아니라 수요도 중요한데 수요가 너무 몰려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 반도체 구매 욕구는 점차 꺾이기 시작한다. 


가격이 너무 뛰어올라서 이를 사가는 기업들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것이다. 


가령 기술을 집약해 거대한 서버를 구축하는 IT 기업은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 설비 투자에 주춤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다른 기업들도 반도체 수요가 꺾여 가격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구입을 미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산업은 집중적으로 잘 팔리는 호황기와 그러지 않는 불황기로 명확히 구분되며, 호황기와 불황기가 매우 짧은 주기로 반복하며 사이클을 띤다. 


세계적인 펀드 매니저 피터 린치의 말을 빌리자면 사이클 주식은 다른 주식들에 비해 수익을 내기가 2배로 어렵다고 한다. 


수익이 몰아 발생하므로 타이밍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성은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성장주에 투자할 때는 기업이 고성장하는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반도체 주식에 투자할 때는 성장성이 낮더라도 사이클만 잘 활용하면 성장주 이상의 수익이 빈번히 나온다. 


Ⅱ. CPU 성능의 척도


CPU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트랜지스터를 더욱 많이 만드는 것이다. 공항의 전광판은 큼직한 전구가 많아 훨씬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CPU도 이와 같다. 다만 트랜지스터를 더욱 많이 만들려면 트랜지스터가 더욱 작아야 한다. 그래야 칩 하나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촘촘히 배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칩의 크기를 키워도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탑재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칩은 크기 제약이 있다. 


그래서 트랜지스터를 반드시 더 작게 만들어야 한다. 


CPU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두 번째 방법은 트랜지스터의 동작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 같은 시간에 더욱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이 방법 역시 트랜지스터를 더 작게 만들어야 가능하다. 


반도체 기업들은 이 두 방법을 모두 사용해 CPU 성능을 끌어올린다. 즉 트랜지스터 크기를 더욱 줄여 트랜지스터 자체의 성능을 끌어올리면서 동일한 면적에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배열해 추가적으로 CPU 성능을 끌어올린다. 


이러한 이유로 고성능 반도체 칩일수록 트랜지스터를 더욱 작게 만들기 어렵고, 제조 과정에 각종 첨단 공정이 총동원된다. 


EUV 공정이나 원자층 증착법이 대표적이다. 첨단 공정뿐 아니라 첨단 소재도 대거 동원된다. 


따라서 반도체 장비 업체는 첨단 공정을 실현할 첨단 장비를 개발하고 소재 업체도 첨단 소재 개발에 몰두한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을 공부할 때면 10nm 공정에서 점차 5nm 3nm 2nm 공정으로 공정명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Ⅲ. AMD 주가 상승의 배경, 칩렛


인텔이 듀얼코어 경쟁에서 승기를 잡은 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승승장구하자 AMD는 고역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인텔은 더 이상 AMD를 경쟁사로 생각하지 않았고 스마트폰 시장이 등장하자 스마트폰용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들을 경쟁사로 생각했다. 


2012년 AMD 부사장으로 영입된 리사 수는 AMD의 처참한 모습을 봐야 했다. 


CPU 사업과 GPU 사업 모두 크게 밀리고 있었고 경쟁 방안이라곤 자사 제품 가격을 더욱 낮추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리사 수는 추후 전 세계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이에 고성능 프로세서가 필수적이라 내다봤다. 


따라서 회사의 모든 자원을 제품 성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오직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전략이 시작된 것이다. 다만 당장 회사가 적자까지 곤두박질친 상황이었기에 단기 성과가 필요했다. 


리사 수는 먼저 CPU와 GPU 사업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공략했다. 


당시 AMD는 CPU와 GPU의 기능을 통합한 APU를 출시한 직후였다. IBM에서 근무할 때 게임기용 CPU를 개발한 경험이 있던 리사 수는 게임기용 APU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게임기 업체가 원하는 사양대로 맞춤형 APU를 만들어주되 게임기 내부 공간을 절약하고 성능도 극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도체 칩은 작게 만들수록 수율 확보가 유리하다. 즉 박스 크기를 줄일수록 수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칩렛은 이에 주목한다. 그전까지 CPU는 하나의 커다란 칩으로 만들었다. 반면 칩렛은 칩 하나를 여러 조각으로 쪼개어 따로 만든다.


AMD는 이처럼 여러 개의 코어를 한 번에 만들지 않고 여러 조각으로 쪼개어 만들려 했다. 


이처럼 하나의 고성능 칩을 여러 개로 쪼개어 만드는 기술을 칩렛이라 한다. 


칩렛 자체가 Chip과 Let의 합성어로 칩 조각이라는 뜻이다. 


투자 관점에서 칩렛이라고 하면 칩을 쪼개어 만든 뒤 잘 붙이는 방식까지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칩셋의 가장 큰 장점은 수율 향상이다. 이는 원가 절감으로 이어진다. 앞서 설명했든 1개 코어에만 불량이 생겨도 코어 전체를 불량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4개의 칩렛으로 쪼개어 칩렛당 8 코어를 만들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불량이 생긴 칩렛만 불량 처리하므로 오직 8 코어만 버려진다. 


또 다른 장점은 기능별로 구역을 따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CPU 내부에는 코어 외에도 여러 기능을 처리하는 자잘한 구역들이 만들어진다. 그래픽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그래픽 영역, 각종 임시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 D램과 같은 다른 반도체 칩과 데이터를 주고받는 컨트롤러 영역이다. 


칩렛 이전까지는 하나의 칩으로 만들 때 이러한 구역까지 한 번에 만들었다. 


그러나 칩렛을 이용하면 이들 구역을 따로 만들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칩렛은 이번 CPU뿐만 아니라 다른 CPU를 만들 때도 교차로 사용할 수 있다. 


Ⅳ. 칩렛으로의 기술 변화, 수혜는 누가 볼까?


칩을 쪼개 만들지 않던 시절에는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 없었기에 칩렛 시대에 들어서자 반도체 기업들은 작은 칩 조각들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어 붙일지 고민해야 했다. 


그 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이 등장했다. 어드밴스드 패키징은 여러 칩을 잘 이어 붙이는 공법들을 포괄적으로 가리킨다. 


AMD의 칩렛 기술이 커다란 트렌드로 자리 잡자 TSMC, AMD, 인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선두 기업들은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확보다 더욱 열을 올렸다. 


자연스레 이에 필요한 소재와 장비의 수요가 늘어났고 일부 기업은 수혜를 입었다. 


그런데 어떻게 칩을 기판에 이어 붙일까? 고성능 칩을 기판에 이어 붙이는 일반적인 방법은 범핑공정이다. 


범핑 공정은 칩 하단부에 구슬 모양의 범프를 무수히 많이 형성한 다음 범프를 통해 칩을 기판에 직접 부착하는 방법이다. 


이후 칩과 기판은 범프를 통해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다. 범프는 접착과 통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고성능 칩일수록 칩과 기판 사이에 더욱 많은 신호가 한 번에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즉 더욱 많은 범프가 필요하다. 다만 칩 면적이 제한적인 만큼 범프 수를 늘리려면 범프가 더욱 작아져야 한다. 


Ⅴ. 칩렛과 함께 기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칩을 기판에 잘 이어 붙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칩을 붙일 기판이다. 


칩렛 구조에서는 칩 조각들이 단절되어 있어 신호가 칩렛과 칩렛 사이를 오갈 수 없다. 


따라서 칩렛 간에 신호가 오갈 수 있도록 배선 회로를 추가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배선은 모두 기판에 만들게 된다. 따라서 기판은 단순히 칩렛들을 붙이는 역할 외에도 통로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 


문제는 이러한 배선 회로가 아주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회로가 많을수록 한 번에 많은 신호가 오갈 수 있고 이는 곧 칩의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칩렛은 기존 PCB 기술만으로는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고성능 칩렛은 구현하기 위해 새로운 기판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이 기판은 대체로 기존 PCB 업체들이 제조하지 못하며, 그 대신 반도체 기업들이 반도체 공법과 웨이퍼를 이용해 제조한다. 


이러한 특수한 기판을 인터포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터포저를 이용해 각종 칩을 붙이는 공법을 아울러 인터포저 테크놀로지라고 부른다. 


반도체 산업 리포트를 읽다 보면 2.5D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고성능 칩을 만들다 보면 하나의 기판 위에 여러 개의 칩을 이어 붙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런데 칩의 성능을 극대화하려면 기판에 칩들을 수평으로 붙이는 것(2D 구조)보다 수직으로 쌓아 올리며 붙이는 것(3D 구조)이 유리하다. 


두 칩 사이에 회로를 더욱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회로가 많을수록 한 번에 더욱 많은 신호가 오갈 수 있어 속도가 빨라진다. 


그런데 고성능 기판인 인터포저 기판을 이용하면 기판 위에 두 칩을 수평으로 붙여도 두 칩이 수직으로 붙였을 때처럼 고속으로 동작한다. 


즉 겉모양은 2D 구조지만 실질적인 성능은 3D 구조에 준한다. 


그 외에 몇 가지 이유가 더해져 인터포저 기판에 칩들을 붙인 구조를 2.5D 구조라고 하며 인터포저 기판에 칩을 붙이는 과정을 2.5D 패키징이라 일컫는다. 


두 가지만 더 살펴보자. 인터포저는 반도체 기업들이 웨이퍼와 반도체 공법으로 만들기에 매우 비싸다. 


인텔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리콘 브리지 기술을 도입했다. 기존 PCB를 섞어 인터포저를 만드는 방법이다. 


즉 기판 일부는 기존 PCB로 나머지 영역은 인터포저로 구성해 하나의 기판을 완성한다. 


기판 내 배선 회로가 가장 많은 일부 공간만 인터포저를 사용하고 나머지 PCB를 이용하므로 인터포저의 면적을 최소화해 제조 단가를 더욱 줄일 수 있다. 


후공정을 공부하다 보면 흔히 나오는 용어이므로 꼭 기억해 두자. 


한편 PCB 업체 또한 인터포저보다 저렴한 차세대 기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당 기판에는 유리와 흡사한 세라믹 소재가 사용되어 글래스 기판이라 불린다. 


아직은 시제품이 나오는 상황으로 글래스 기판 상용화는 2026~2028년이 예상되지만 인터포저보다 제조가 용이하다는 이유로 많은 PCB 기업과 소재 기업이 이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Ⅵ. 애플이 직접 CPU를 개발한 이유


애플 제품들은 폐쇄형 제품이 주를 이룬다. 즉 소비자가 컴퓨터 부품을 직접 선택할 수 없으며 오직 애플이 선택한 최적의 부품만 쓸 수 있다. 


또한 애플의 컴퓨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가 아닌 애플의 자체 운영체제인 맥을 쓴다. 


애플은 이러한 폐쇄형 컴퓨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인텔과 AMD의 CPU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텔과 AMD의 CPU는 범용 제품이다. 즉 어떤 컴퓨터에서든 자유롭게 탑재할 수 있으며 각종 컴퓨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도록 범용성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애플은 자사 컴퓨터에 더욱 특화된 CPU를 원했다. 애플이 최초로 컴퓨터를 개발했을 때는 다양한 기업이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만들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텔과 AMD가 제공하는 CPU가 대부분이었고 애플은 이것들로 자사 컴퓨터 성능을 100%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컴퓨터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는 좋은 부품뿐 아니라 부품과 소트프웨어의 조화도 중요하다. 


실제로 AMD의 CPU가 탑재된 컴퓨터에선 CPU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인텔 CPU에 맞추어 만들어진 프로그램에서는 종종 오류가 난다. 


마치 자동차 제조업체가 무조건 성능이 좋은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차종 특성에 맞는 엔진을 개발하는 것과 같다. 


더욱이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시킨 애플은 자사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함께 연동되는 기능을 확대하고자 했다. 


애플은 자체 CPU에 영상 처리에 특화된 기능을 대거 추가했으며 인공지능 기능까지 더욱 특화할 예정이다. 


혹자는 인텔이 2010년대 중반에 들어 10nm 공정 개발에 실패했기에 애플이 독자의 길을 걸은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체 CPU 개발은 폐쇄형 전자기기가 발달할수록 막을 수 없는 트렌드다. 


향후 메타버스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전방 시장이 확대되면 특화된 반도체가 더욱 많이 필요하기에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다. 


 Ⅶ. TSMC가 거대 고객을 일굴 수 있었던 전략


팹리스 기업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설계도를 최대한 빠르게 완성한 뒤 파운드리에 제조를 요청하고 결과물을 받아 테스트를 거쳐 설계도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 


즉 파운드리와의 협력이 필수다. 그러나 파운드리는 여러 고객사를 상대하기에 이러한 연구 개발용 칩 제조를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며, 통상 연구 개발용 칩 제로를 맡기면 완성된 칩이 나오기까지 3~6개월 이상 걸린다.

 

TSMC는 미디어텍과 자국의 팹리스 기업들에 일부 생산 라인을 연구 개발용으로 쓸 수 있도록 내주며 막대한 지원을 퍼부었다. 


덕분에 팹리스 기업들은 생산 라인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제조 과정에 대한 이해도를 대폭 높이고 설계에만 집중할 때는 알 수 없었던 공정의 어려움도 일찍이 파악해 설계에 반영할 수 있었다. 


물론 TSMC는 자국 기업뿐 아니라 AMD, 엔비디아 등 해외 거대 고객사와도 공정 개발을 함께하며 첨단 칩을 누구보다 앞서 찍어냈다. 


이는 곧 TSMC의 경쟁력이 되었다. TSMC의 지원을 받은 팹리스는 당연히 칩 제로를 TSMC에 맡기게 된다. 


TSMC의 공정을 바탕으로 설계도가 완성되므로 다른 기업에 제조를 맡기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고객사에 특화된 부서가 생겨나고 디자인 하우스라 부르는 보조 업체들까지 달라붙어 칩 개발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했다. 


TSMC의 강점은 이러한 종합적인 생태계 구축이었다. 


[ 글을 마치며 ]


반도체 산업의 발달을 3단계로 나눠서 다시 한번 고찰해 보도록 하자. 


첫 번째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반도체 기술의 발달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의 사용이 더욱더 활발해지게 되었으며 코로나로 인해서 그동안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기존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되었다. 


인터넷을 활용해서 수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모델들이 점점 더 증가하게 되었고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등의 사업 모델로 인해서 데이터 활용성이 점점 더 증가했다. 


데이터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인공지능의 발달이 필요해지게 되었고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거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반도체 칩의 수요가 탄생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반도체의 다품종 대량 생산의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게 되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 생산, 시스템 LSI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서 CPU만이 그나마 소품종이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범용 CPU를 활용해서 모두가 다 같은 CPU를 사용해 왔고 간혹 필요한 사양보다 성능이 좋은 CPU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를 형성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였고 CPU를 발전시키기 위한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보다 더 많은 수요의 B2B 수요가 탄생하게 되었고 CPU를 다품종으로도 대량생산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로 인해서 반도체 칩을 전문으로 설계하는 기업들의 생겨나게 되었으며 대표적으로 애플, MSFT, AMD, 엔비디아, 바이두, 알리바바, 아마존, 테슬라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자체 전문화된 칩을 보유하기 위해서 설계 이후에 생산을 파운드리 기업에 맡기게 되었고 파운드리 기업은 여느 때와 다른 호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반도체 제조 기술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전에는 반도체 제조 기술과 설계 기술 중에서 무엇이 설계 기술이 더 중요한 시대였다. 


반도체의 미세 공정에 투자하는 기업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미세 공정에 투자한다고 해도 투자금을 돌려받을 만큼의 수익성이 존재하기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칩들의 가격에 미세공정을 투자하고도 남을 만큼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초미세공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 수년간 이 흐름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반도체 공정 로드맵이 실제로 실현이 되고 있지는 못한 상태이다. 


그렇지만 점차 가시화가 되어가고 있으며 3년 이내에는 예전에 없던 초미세 공정이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고 예전에 없던 칩들도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기술을 활용하고 사용하게 될 것인지 상상을 해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 


참고 도서 : 반도체 투자의 원칙 ( 우황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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