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김태현 지음

by 노충덕

교사, 수업에서 나를 만나다


사두고 일 년이 다돼간다. 읽을 책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밀려났다.

‘다시 수업할 기회가 없을 텐데’, ‘더구나 장학사는 더 이상 수업을 참관하거나 평하지 말라’는 지침이 불쾌하기도 하고, 앞서간 장학사들이 ‘도대체 어떻게 했기에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는가!라는 분노, 장학사의 수업 전문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일부 ‘실세들의 저돌적인 세몰이’에 대한 절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직분이 있고, 출발이 교사였기에 수업을 바라보는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무너진 교실에서 희망을 찾는 일을 남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이해가 나에게 해를 주지는 않으리라는 생각도 있다.


경력 십 년이 채 안된 교사가 내놓은 책이라 내려 까는 시선으로 책을 펼쳤으나, 많은 부분에서 공감한다.

‘수업성찰’의 개념은 2000년 초반 이미 에듀넷 교사 지원단 시절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커뮤니티 기반의 온라인 학습공동체를 수년간 운영해 본 경험에서 성찰일지를 나름 ‘Teaching Log’라고 하면서 적어보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수업 속의 신념을 살피며 성찰하기’에서는 교과 부진아를 구제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공주중학교 시절 함께 근무한 동료들과 수업을 녹화하고 영상을 공유하며 밤늦게 토론하던 기억을 끄집어내게 한다.

‘수업 속 관계를 살피며 성찰하기’에서 나는 경계는 분명하였지만 존중은 부족했었다는 반성을 한다.

‘수업 속 대화 살피며 성찰하기’를 읽으며 가급적 질문하고 질문을 연결하려던 추억을 생각하고 다시 수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수업 속 내용을 살피며 성찰하기’에서 수업 재구성은 경력 7년 차부터 시작한 일이라서 저자와 동료의식을 갖는다.

‘수업 친구와 수업 성찰하기’에서 시대적 상황이라고 합리화하면서도 교내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외부에서 찾으려 뛰어다니고 공부했던 기억을 되살린다.

저자 김태현이 좋은 책을 낸 것은 일찍 좋은 선배와 동료를 만나고, ‘수업비평’, ‘아이들의 눈으로 수업 보기’, ‘배움 중심 수업’이 암죽식, 설명식, 교사 중심 수업으로는 더 이상 어떻게 해결할 수 없다는 우리 교실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한 시대적인 상황을 만난 것이 복이라 생각된다. 책을 잡고 4시간 동안 내가 수업하는 듯 한 기분으로 읽었다.


P.S. 2015년 10월 10일 토요일

화면 캡처 2025-11-13 17401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국의 시간